[한자로 보는 세상] 阿凡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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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아판다(阿凡達·대만은 阿梵達로 표기)’.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아바타’의 중국어 표기다. ‘아바타’는 본디 산스크리트어다. 인도의 힌두 철학에서 ‘아바타’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강림한 신의 육체적 형태를 뜻한다.

‘아바타’와 같이 한자에는 음을 빌려 외래어를 표기하는 가차(假借)가 발달했다. 글로벌 브랜드도 중국에선 한자로 다시 태어난다. 발음이 쉽고 비슷하며 뜻까지 좋아야 금상첨화(錦上添花)다. BMW의 중국 이름은 ‘바오마(寶馬)’다. 화려한 수레와 훌륭한 말을 뜻하는 ‘향거보마(香車寶馬)’에서 따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질주하다는 뜻의 ‘번츠(奔馳)’로 지었다. 할인마트 카르푸는 집안이 화목해지고 복이 온다는 ‘자러푸(家樂福)’로 손님을 모았다.

한국 제품들의 근사한 중국어 작명도 많다. 소주 ‘처음처럼’은 처음 마실 때부터 즐겁다는 ‘추인추러(初飮初樂)’, 제과점 ‘뚜레주르’는 즐거움이 많은 날이라는 ‘둬러즈르(多樂之日)’, 외식 브랜드 ‘놀부’는 즐거운 아저씨란 뜻의 ‘러보(樂伯)’란 이름으로 13억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지난해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영화 속 판도라(潘多拉) 행성의 할렐루야산(哈利路亞山)의 모티브가 중국의 명산인 황산(黃山)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들은 그러나 후난(湖南)성 장자제(張家界)의 봉우리 남천일주(南天一柱)와 더 닮았다고 주장한다.

영화 ‘아바타’가 3부작으로 이어진다는 소식이다. 캐머런 감독은 속편에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비휴(貔貅)를 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비휴는 용의 머리, 말의 몸, 기린의 다리를 가진 사자 모습의 전설상의 맹수다. 사방의 재물을 먹어 치운다 해서 중국 인민은행의 상징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과 현실 세계의 인간 관계가 괴리(乖離)되는 ‘더블 에고(Double Ego·이중 자아)’ 현상을 토로하는 이가 많다. 장자(莊子)가 나비 꿈을 꾼 뒤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지 알 수 없었다는 ‘몽리호접(夢裡蝴蝶)’ ‘장주몽접(莊周夢蝶)’의 고사가 전한다. 온라인상의 아바타도 바로 자신의 분신(分身)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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