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관전평] 남자 하키 파키스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선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이 올림픽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끌어냈다.

한국은 강호 파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전반전 수비 위주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킨 뒤 후반 역습을 통해 득점을 노리는 작전을 썼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특히 파키스탄의 페널티 코너 전문 슈터인 아바스를 어떻게 막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는데 수비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수비수 임정우가 후반 아바스의 슛을 몸으로 막다가 부상해 실려나갈 정도였다.

결승골을 뽑아낼 당시 페널티 코너 전문 슈터가 아닌 송성태에게 슛 찬스를 만들어준 것이 파키스탄 수비의 의표를 찔렀다.

남자 대표팀은 대회 초반 다소 부진한 경기를 펼쳐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우리 팀은 국가대표간 경기인 A매치가 다른 라이벌 국가에 비해 3분의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초반 경기 감각이 뒤떨어졌다. 경기 감각은 경기 수만큼 비례한다.

한국의 경우 주변에 하키를 잘하는 국가가 없어 제대로 훈련하려면 유럽이나 호주 등지로 전지훈련을 가야 하는데 예산 부족으로 엄두를 내기가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대표간의 경기도 적을 수밖에 없다.

또 국내에 하키 전용 인조잔디 구장이 성남공설운동장 옆 보조경기장 하나뿐인데다 그나마 남녀 팀이 나눠 쓰는 탓에 충분히 연습하기도 힘들다.

하키는 인조잔디에서 정교한 스트로크와 패스 연습을 많이 해야 기량이 향상되는데 우리 훈련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 남자 팀이 결승에 진출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키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인 우리에게는 1만5천여 관중석이 꽉꽉 들어차는 호주의 하키장 열기가 부럽기만하다.

양성진 <하키협회 사무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