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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장애극복상' 대상 이형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체장애 1급인 이형로(李亨魯.21)씨는 휠체어가 아니면 한 발짝도 못 움직인다. 손을 제대로 쓰지 못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도 비틀어진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 어설프게 눌러야 한다.

하지만 그는 어엿한 사장이다. 인터넷 서버를 관리하는 회사 서버넷 대표. 하루종일 휠체어에 앉아 컴퓨터에 매달리며 육신의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의지에 감명받아 주위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이다.

비록 아직까진 월수입이 1백만원내외에 불과하고, 따로 직원도 없지만 李사장은 "실력을 쌓으면 더 많은 일꺼리가 생기고 번듯한 회사규모를 갖출 것" 이라며 웹 프로그래밍 연구등 컴퓨터에 몰입하고 있다.

27일 그를 '제1회 장애극복상 산업경제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춘천시는 "자신의 처지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모습이 장애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씨의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네살 때. 근육위축증 장애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만해도 몸이 불편한 것이 자신의 인생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지 못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자주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장래에 대한 근심도 생겼다. 이때마다 곧바로 이를 극복해야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친지의 권유로 컴퓨터를 배우기로 하고 한림정보산업대 전산과에 진학했다. 남들보다 뒤늦게 그것도 손가락에 볼펜을 끼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지만 컴퓨터만이 자신의 살 길이라고 생각, 열과 성을 다했다.

이렇게 해서 정보처리산업기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지난해 3월 자랑스런 졸업생으로 선정돼 청와대도 다녀왔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바람을 타고 그에게 벤처창업 제의가 들어왔다. 교육용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인소넷 대표 손용환씨가 서버 관리를 맡긴 것. 이래서 지난해 12월 서버넷을 창업했다. 몸이 불편해 영업활동을 못하지만 손씨가 일감을 알선해 현재 2개의 서버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나보다 더 훌륭한 장애인이 많은…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겠다" 고 말했다.

한편 이씨 이외에 문화체육 부문에 손현희(34), 사회봉사 부문에 남동철(45)씨가 각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또 유광채(26), 안영미(19), 이동선(61)씨가 각각 장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장애 극복상 시상식은 29일 오전 10시 시민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린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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