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대선] 여야 서로 "승리"…일촉즉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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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고 연방의 대통령선거가 24일 종결돼 개표가 시작됐으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과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야당후보가 서로 승리를 주장하며 군중들을 집결시키고 있어 정국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유고 선관위가 집계 상황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세르비아 민주야당(DOS)의 코슈투니차 후보는 25일 "자체 집계결과 결선에 갈 필요 없이 1차 투표에서 이긴 것이 확실하다" 고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했다.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코슈투니차의 승리를 인정했다.

밀로셰비치도 이에 맞서 자신의 승리를 주장, 개표 결과와 상관없이 양측 지지세력간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지 언론은 유고 연방의 모미르 불라토비치 총리가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선거 조작 요청을 거부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하는 등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개표 상황〓초반 집계 상황에서 코슈투니차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선관위는 중간 집계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야당측은 집계가 아예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코슈투니차 후보는 자체 집계 결과 53%대 37%로 밀로셰비치를 눌렀다고 주장했다. 유고 관영 통신도 세르비아 급진당(SRS)의 자체 집계를 인용해 코슈투니차가 밀로셰비치를 13% 가량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밀로셰비치측은 중간 개표결과 46%대 38%로 자신들이 승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여당 관계자는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10월 8일 결선 투표를 해야 할 것" 이라고 말해 개표 결과가 집권당에 불리한 상황임을 암시했다. 그 경우 야권표가 결집되는 코슈투니차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 공정성 시비〓7백80여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74% 가량이 투표에 참여한 이번 선거에선 부정 고발사례가 이어졌다.

코소보 지역에서는 유권자 명부도 없이 선거가 치러졌다. 민간 선거감시 단체는 투표소 곳곳에서 가짜 투표용지가 나돌고 이중투표가 실시되는 등 수십건의 선거 부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 가두시위〓유고 연방의 수도 베오그라드 시내에 2만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밀로셰비치의 13년 독재가 끝났다" 고 외치며 시위를 했다.

노비사드.니슈 등의 지역에도 야당 지지자들이 거리를 메워 경찰이 투입되기도 했으나 폭력사태가 빚어지지는 않았다.

이상언 기자

<알림>=중앙일보는 민주 야당연합 후보를 '보이슬라프 코스투니차' 로 표기해 왔으나 현지 발음이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여서 이를 정정해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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