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마라톤] 케냐 불운 가시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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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마라톤 왕국' 케냐의 올림픽 불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케냐는 지난 24일 벌어진 시드니 올림픽 여자마라톤에 세계기록(2시간20분43초) 보유자 테글라 로루페(27) 등 세계적인 마라토너 3명을 내세웠으나 올림픽 마라톤 첫 금메달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런던마라톤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조이스 쳅춤바가 개인최고기록 경신으로 동메달을 따내며 제몫을 해냈을 뿐 로루페는 자신의 세계기록에 훨씬 못미치는 2시간29분45초로 13위에 머물렀고 나머지 한명인 에스더 완지루도 4위에 그쳤다.

케냐는 우승상금이 없는 대회를 기피하는 경향 때문에 그동안 올림픽에 2진급 선수들을 출전시켜 왔지만 시드니 올림픽만큼은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갖가지 혜택을 내세워 톱클라스로만 선발했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10㎞ 지점에서부터 뒤처진 로루페는 경기 후 "아침부터 먹은 것을 계속 토해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며 "완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할 정도" 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이로써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마라톤과 1만m를 동시 석권하겠다던 로루페의 야심은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오는 27일 1만m 예선을 거쳐 30일 결선에서 자신의 올림픽 첫 금메달 도전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 벌어지는 남자마라톤에서도 케냐의 희망이 달성될지는 더욱 불확실하다.

자펫 코스게이와 모제스 타누이 등 케냐 육상 집행부에 반기를 든 간판급 마라토너들이 모두 빠졌을 뿐 아니라 한국의 이봉주를 비롯해 아벨 안톤(스페인).안토니오 핀투(포르투갈) 등 큰 대회에 강한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이 각축을 벌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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