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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진념 재경장관 "우량 은행끼리 합병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말이 장관이지, 막노동이나 다름없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 장관의 푸념이다.

그는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지난주 '블랙 먼데이' 이후 실제로 젊은이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빴다.

공적자금 40조원 추가조성을 발표하고 여야에 협조를 요청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던 陳장관을 지난 22일 저녁에 만났다.

- 정부가 공적자금 40조원 추가조성을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폭락했다. 이것도 블랙 먼데이로 불렸던 지난 18일처럼 '시장의 과잉반응' 으로 보는가.

"안타깝다. 이번에는 인텔 등 반도체주가 폭락의 영향이 컸다. 고유가.포드 쇼크 등 악재도 있지만 시장 참여자가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 발표 등으로 분위기 조성을 하면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주가관리로 호응을 해줬으면 한다. 사실 증권시장만 살아나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증시만 살아나면 공적자금도 40조까지 쓸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부양책을 쓸 생각은 없다. 시장의 기초체력을 키워가는 정공법을 지속할 것이다."

- 환란 이후 최대 위기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이다. 현 경제팀이 전임자들과 다른 점은 경제가 어렵고, 도처에 고유가나 대우 여파같은 지뢰밭이 널려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친 비관론은 도움이 안된다. 정부를 신뢰하고 냉정을 유지해 줬으면 한다."

- 본지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과감하고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경색을 푸는 것을 위기 타개의 첩경으로 꼽았다.

"그래서 공적자금 추가 조성을 서두르는 것이다. 국회 동의만 받아내면 10월 말까지 자금조성을 끝내고 연내에 금융경색을 풀어낼 자신이 있다. 정말 정치권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쟁은 계속하더라도 민생법안은 처리해줘야 한다."

- 정부가 금융구조조정 등 목적만 제시했지, 실현과 검증이 가능한 목표 설정이 따르지 못하는 것 아닌가.

"공감한다. 시장이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10월 중엔 우량은행간의 합병, 혹은 합병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가 실현될 것이다."

- 경기정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고유가 등 대외여건이 악화돼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은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정부도 경각심을 갖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내로만 유지되면 거시경제 운용에 큰 문제가 없다. 경기 연착륙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 반도체 등 극소수 업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할 대안은 무엇인가.

"경남.전남지역 공단에 일본의 첨단 소재부품 산업을 유치하는 것이 훌륭한 대안이라고 본다.

일본의 기술력에 한국이 앞서 있는 인터넷.전자상거래 인프라를 접목하면 '물건' 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신국환(辛國煥)산업자원부 장관에게 재직 중 꼭 해달라고 당부한 것이 일본 부품소재산업 유치다."

- 코스닥시장 폭락은 벤처 대책의 실패를 입증하는 것 아닌가.

"벤처는 실패한 게 아니다. 벤처를 살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려움에 처한 벤처기업에 10월부터 3개월 동안 기술신보를 통해 4조원의 보증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 예금부분보장제도 시행시기가 연기될 가능성은 없나.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 추진상황과 시장의 움직임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필요하면 보장한도 상향조정 등 보완책도 검토할 것이다."

대담〓손병수 경제부장

정리〓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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