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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시론…경제 진단 (4)] 기업경쟁력제고에 초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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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포드자동차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로 초래된 주가 폭락으로 경제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위기론을 촉발시킨 악재는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싹트고 있었다.

1999년부터 꾸준히 상승한 국제유가, 올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기업금융 경색, 올 하반기부터 나타난 경제성장의 둔화 조짐, 산업간.지역간 경기 및 계층간 소득격차 심화, 반도체 가격의 하락 등 제반 요인을 들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파행적인 의약분업, 국회 정쟁, 사회 각 분야의 모럴 헤저드 표출 등 경제 외적 요인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터에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가 경제위기론을 증폭시킨 것이다.

이렇듯 여러 경제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위기론의 실체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특히 경제 부분은 심리적인 영향이 강한 특성 때문에 위기로 보면 위기에 정말 빠져들 수 있고, 위기가 아니라고 보면 위기가 아닐 수 있다.

분명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이런 요인들을 어떤 원칙에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각 경제주체가 합심 노력해 현존하는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면 경제위기론은 사라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정말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환위기 바로 전인 97년 3분기에 비해 현 경제상황은 주가 이외의 모든 거시경제 및 외환 지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일단 희망적인 비교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와 같은 상황으로 다시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경제를 움직이는 역학구조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문제 해결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경제는 국민.기업.금융기관.정부 등 여러 주체들이 유기적인 상호관계에 의해 이뤄지는 연결망이다.

기업의 흥망은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관의 성쇠와도 직결돼 있다. 즉 기업이 망하면 근로자는 실업자로 전락하고 관련 금융기관도 문을 닫게 된다.

기업.국민.금융기관 모두 망하면 정부도 부도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그야말로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해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아주고 금융기관은 경쟁력있는 기업의 회생을 돕는다.

기업이 번창해야 근로자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금융기관도 수익을 내 정부의 재정을 건전하게 하는 세금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기적인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 연결고리에서 그 시발점은 기업이다. 실제로 산업과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행동주체는 기업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을 정상화시키려 하지만, 기업이 다시 부실해지면 새로운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하고 공적자금이 또 필요하게 된다. 마치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 되고 만다.

기업은 기업을 둘러싼 각종 제도.정책.정치.사회.문화 등의 경제환경 아래서 최대한의 이윤추구를 위해 노력하는 효율화된 조직이다. 부가가치 창출 과정에서 기업은 경쟁력 여하에 따라 생존하기도 하고 퇴출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주어진 환경에 의해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제도와 정책이 기업으로 하여금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며 활력을 불어넣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맞춰지면 기업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업경쟁력이 제고되면 금융기관.국민.정부 등 여타 경제주체의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각종 경제악재의 치유책은 그 근원을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정책 또한 최우선적으로 기업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손병두 <전국 경제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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