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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과학' 국제 토론회 25일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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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동물 복제는 과학의 영역일지 모르나 '인간 복제' 는 분명 종교의 문제가 된다. 인간의 생명, 삶과 죽음을 다루는 것이 종교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급속한 발전은 종교의 고유영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나아가 종교의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종교학자와 과학자들이 모여 이같은 종교와 과학의 충돌을 함께 논의하는 국제토론회가 25, 26일 이틀간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에서 열린다.

강남대 우원사상연구소와 '기독교 사상' 이 공동주최하는 토론회에는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인 유니온 신학대학원 테드 피터스(Ted Peters)교수와 자연과학자인 장회익 서울대 교수 등 국내외 학자들이 참가한다.

피터스 교수는 최근 가장 민감한 주제인 인간복제와 관련 '복제의 충격과 신학의 반응' 이란 발제문에서 "인간복제는 충격이지만 불임부부와 같은 일부의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할 지 여부를 더 논의해야한다" 고 주장했다.

피터스 교수는 "복제양의 탄생은 종교에 대한 도전이자 충격이었다" 며 "신학적으로 윤리적으로 복제에 대한 논의와 대응이 시급하다" 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복제와 관련된 일반적 경고, 즉 "복제는 인간생명과 고유성에 대한 위협" 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인간의 영혼은 DNA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적극적인 은혜이며, 복제된 인간이라도 영혼은 신이 준 독립된 영혼"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피터스 교수는 인간복제에서 경계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상품화' 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생명은 "신이 주신 진귀하고 영예로운 선물" 이어야 하는데, 복제에 의해 상품처럼 마음대로 디자인하고 사고 파는 식이 되면 인간의 존엄성을 잃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과학의 발전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환영하지만, 이러한 선택에 따른 책임 있는 종교적.윤리적 가치의 확립이 시급히 요청된다" 고 강조했다.

세인트폴 신학대학 리처드 랜돌프교수는 발제문에서 '인지신경과학' 의 발전에 따른 종교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뇌세포의 전기화학적 작용" 으로 해석하는 유물론적 주장을 경계하면서 "인간의 정신과 영혼은 뇌의 물질적 과정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간은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됐다" 는 기독교 사상을 강조하며 "인간은 신이 만든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공존해야한다는 환경윤리를 자각하고 실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더 충실할 수 있다" 고 제안했다.

장회익 교수는 '온생명과 신의 섭리' 라는 발제문에서 생명체의 상호연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생명체" 를 포괄하는 '온생명' 이란 개념을 다시 강조했다.

장교수는 "온생명을 파괴할 능력과 보전할 책임을 동시에 지닌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며, 과학의 발전은 온생명의 보전이 절대적인 신의 섭리임을 확인시켜준다" 는 것이다.

한편 최재천(서울대)교수는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쓴 발제문에서 '유전자' 의 관점에서 생명을 해석했다.

"생명체는 유전자를 자자손손 전하기위한 그릇에 불과하다" 며 "생명체는 죽지만 유전자는 생식을 통해 후손에게로 이어지기에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명은 영속성을 가질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최교수는 이같이 과학의 발전과 관점의 변화에 따라 생명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 뒤 "이같이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논의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함께 연구해야할 과제" 라고 결론내렸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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