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EO 건강학/보령제약 김광호 사장] “위암 이긴 뒤 팔굽혀 펴기로 20대 몸매 유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보령제약 김광호(63·사진) 사장은 틈만 나면 바닥에 엎드린다.

“자, 이렇게 팔의 위치를 바꿔가며 운동을 하면 자극받는 부위가 달라집니다. 가슴 위부터 아래쪽으로 조금씩 옮겨가면서 해보세요.”

그는 기자가 보는 앞에서 팔굽혀펴기 30여 개를 거뜬히 해치운다. 4단 실력을 갖춘 태권도 발차기도 그가 평소 즐기는 운동 중 하나. 지금도 발이 머리 위까지 올라간다.

회사·집 등 몸을 뻗을 수 있는 곳만 있으면 그의 운동은 시작된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날렵한 몸매와 젊은 사람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시간과 공간만 주어지면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

운동처방 전문가들은 팔굽혀펴기의 운동효과를 높이 평가한다.

첫째는 대흉근을 키운다. 남자에게 벌어진 가슴은 남성다움의 상징이다. 다음은 근지구력 향상. 팔로 상체를 지지한 상태에선 어깨에서 발끝까지 모든 근육이 긴장을 한다. 이때 근육이 자극을 받으며 강화된다. 특히 몸의 중심인 배에 힘이 들어가 남자들이 원하는 복근이 단련된다. 셋째는 자세교정 효과다. 상체를 지지하기 위해선 양팔의 힘이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평소 사용하지 않은 팔의 관절을 강화하고, 유산소운동 효과도 있다. 그는 여기에다 발차기로 하체 근력을 키우고, 순발력과 균형감을 기른다.

수의학 박사이기도 한 김 사장이 팔굽혀펴기 예찬론자가 된 데는 사연이 있다.

독일계 제약회사에서 42세 나이에 전무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1989년 위암 판정을 받았다. 담배는 물론 술도 즐기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해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그였다. 암 덩어리는 식도 바로 밑에 있어 쉽게 전이될 상황이었고, 게다가 증식이 빠른 악성이었다.

“죽은 후 묻힐 장소를 생각하며 밤을 지새웠죠. 다음날 출근하려고 구두를 신는데 헐렁해서 체중을 재보니 하루 만에 3㎏ 가까이 빠졌더군요.”

김 사장은 회사 측의 배려로 독일 퀼른대학병원에서 위암수술을 받았다. 전이될 위험이 커 위의 87%를 잘라냈고, 림프선도 말끔히 제거했다. 위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십이지장을 끌어올려 남은 위에 이었다.

그는 수술 후 11일 만에 독일에서 스테이크·보리빵 등을 먹었다. 그리고 29일 만에 귀국해 밥을 찾았다. 가족과 회사 동료가 모두 놀랄 정도의 빠른 회복이었다. 김 사장은 5년 뒤 위암 완치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았다. 오십견까지 겹쳐 혼자서는 저고리도 제대로 입지 못했다. 근력이 극도로 떨어진 김 사장에게 지인이 팔굽혀펴기를 추천했다. 처음엔 몇 개도 힘들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늘면서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몸매도 좋아졌어요. 옷을 벗으면 아직도 20·30대 같아요.” 김 사장은 외부 강의나 모임이 있을 때면 거리낌없이 배를 드러내고 가슴부터 배꼽 아래까지 이어진 수술자국을 보여준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는 충고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수년 전에는 김 사장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은 의사 2명이 대장암을 초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주위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들으면 건강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 사장 역시 부인이 1년간 위 검사를 받으라고 ‘노래를 불러’ 암을 발견했다.

황운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