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세계벤처투자자협회 해거티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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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오는 11월 12~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 벤처투자 콘퍼런스 2000' 행사를 홍보하러 한국에 온 세계벤처투자자협회(GVIA)켄 해거티(56.사진)회장을 21일 만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산업협력재단의 초청으로 온 그는 "창업 초기의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자본이 많아야 벤처가 살아난다" 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벤처 육성을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GVIA는 지난해 6월 워싱턴에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아메리카온라인(AOL).나스닥.딜로이트&투시.벤처원 등 미국의 유명 업체와 기관 10곳이 출자했다.

회원사는 5백여개며, 워싱턴 소재 한국계 벤처컨설팅 회사인 TKIC가 고문을 맡았다.

- 한국의 벤처 산업을 어떻게 보나.

"코스닥시장의 침체 등으로 위축된 감은 있지만 해외 투자자 눈에는 여전히 높은 수익을 기대할 만한 유망 시장이다. 한국은 이스라엘.인도.대만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나라다."

- 한국의 벤처캐피털 업계의 문제점은 없나.

"한국의 창업.신기술 투자회사들은 코스닥 등록을 목전에 둔 성숙기업에 너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안전성은 있겠지만 미국처럼 창업 초기의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자본이 많아야 벤처산업에 진정한 보탬을 준다. 그러려면 노련한 기업분석 전문가가 많아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는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 벤처 진흥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어때야 하나.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나는 미국에서 벤처업계의 입장을 정부에 대변하는 일을 오래 맡았다 (그는 닉슨.포드 대통령 보좌관을 역임했고 벤처투자회사 컨설턴트와 벤처.전자 관련 협회의 부회장 등을 지냈다.) 미국 정부도 1980년대 이후 벤처지원책을 여러가지 내놓았지만 득보다 실이 많았다."

- 이번 컨퍼런스는 한국 업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한국의 산업협력재단을 비롯해 이스라엘.대만.스위스.홍콩 업계가 공동 주최하는 형식으로 25개국 1천여 기관.엔젤 투자자와 기업체들이 참석할 전망이다. 한국에선 창투사.은행.증권사.대기업 등 30여곳이 오기로 했다. 세계 각국의 투자유망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벤처 분석가를 한국에 파견해 앞선 기업평가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다."

문의는 02-3771-0365.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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