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띄운 경협 편지] 유광윤 한국코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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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해외투자도 좋지만 북한에서 사업하는 것을 생각해보렴."

평양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귓전에 선친의 유언같은 당부가 메아리쳤다.

선친께선 모터.변압기용 특수 소재인 코아를 생산하는 내가 수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멕시코 티우아나 공업단지와 말레이시아 등에 해외 공장을 세울 때마다 북한에서의 사업을 권유했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선친께선 그토록 그리던 고향 황해도 신천 땅을 다시 밟지 못한 한(恨)을 자식을 통해 풀어보려 하신 것 같다.

지금 1백만달러 상당의 코아 생산가공 설비가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 인천항에서 선적 대기 중이다. 이 설비는 평양의 새날전기 공장으로 간다.

새날공장은 8년 전만 해도 러시아에 냉장고용 압축모터를 생산해 수출하던 곳으로 설비는 낡았지만 규모는 국내 전자제품 공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코아가공 소재는 한번에 몇백t씩 실어 날라야 하는 전기강판으로 북한에서 위탁가공 생산하려면 생산원가의 30%가 운송비로 들어 경협 품목으론 이른 편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북한 관계자는 "柳사장은 관광차 평양에 온 것 같다" 고 말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3년 정도는 적자를 보겠지만 우리 제품을 만드는 북한 근로자들이 숙련되면 해외 공장을 아예 북한으로 이전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개성공단이 들어서면 바로 입주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개성공단 건설을 추진하는 현대아산에 5천평 규모의 부지를 신청했다. 우리 북한사업은 지금 희망을 안고 달린다.

유광윤 <한국코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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