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주변서 안 좋은 일 벌어질 때 그 이유가 궁금한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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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식 프라임
EBS지식프라임 제작팀 지음
밀리언하우스
314쪽, 1만3000원

일종의 대항목 백과사전이다. 대학교수, 기자, 정신과 의사, 변호사 등 11명의 전문가가 마케팅, 행동경제학, 일상심리, 사회문제 등 6개 분야의 키워드를 골라 3~4쪽 분량으로 간결하게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꾸몄다. 방송분을 바탕으로 한 덕에 쉬우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것이 강점이다. 거기다 단순히 읽고 마는 정도를 넘어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미덕도 있다.

일상심리 편의 ‘결백한 방관자(Innocent Bystander)’를 보자. 주변에서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찾고 싶어하는데 이는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 일에 자신이 개입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의식 때문이란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그 불유쾌한 일의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면 찝찝한 기분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런 심리 기저에 숨어있는 것이 ‘결백한 방관자’가 되고 싶다는 욕구라고 한다. 아무래도 공범이 되기보다는 구경꾼으로 남는 게 편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면 ‘해설자’의 현란한 해설만 있을 뿐 그 사건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게 되기 마련이다. 자연히 진실은 묻히고 현실은 개선되기 어려워진다.

이를 설명한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은 우리 사회야 말로 결백한 방관자들의 사회로, 다 같이 “우린 아니야~”라며 자신의 안전과 결백을 확인하고 있지만 다음 희생자는 바로 우리들 안에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배우 장자연 씨의 자살을 계기로 연예계의 성 상납 관행과 스타 시스템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뚜렷한 해결책이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비단 그것 뿐일까.

이 같은 방식으로 ‘도박사의 오류’ ‘무기집중 효과’ ‘팬옵티시즘’ ‘희생양 이론’ 등 현대사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다양한 개념과 용어를 정리한 만큼 짧은 시간에 ‘교양’을 얻고자 하는 데 적합하지 싶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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