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조정은 영국서 석사 마치고 ‘로맨스 로맨스’로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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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청바지 차림의 조정은은 영하 10도가 넘는 매서운 날씨에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경빈 기자]

2007년 여름이었다. 저주 받은 걸작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을 마친 조정은(31·사진)은 영국으로 훌쩍 떠나갔다. 팬들의 반응은 “웬 유학? 왜 지금?”이었다. 의아해할 만했다. 이전까지 ‘로미오와 줄리엣’ ‘미녀와 야수’의 히로인으로, 청순 가련하며 애잔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스핏파이어 그릴’의 펄시 역으로 “연기에 눈을 떴다”란 평이 이어지고 있었다. ‘조정은의 재발견’이란 소리도 많았다.

도약의 시점에서 유학이라니.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갑작스레, 충동적으로 간 게 아니에요. 3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새로움이 간절했고, 진심으로 충전이 필요했어요.”

1년 반 가량의 유학 기간 동안 그는 로열 스코티시 아카데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무엇을 배웠을까. “허허벌판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학을 해서 갑자기 연기에 눈을 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영어도 부족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곳이란 환경이 가장 큰 스승이었죠.” 그는 신중하고 차분했다. “고정관념을 벗어날 것, 안정적인 길에 머물러있지 말자 등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하는 시간이었어요.”

뮤지컬계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애틋하다고 할 정도다. 쇼노트 임양혁 프로듀서는 “노래·연기·자질·의지 등을 종합해보면 한국 뮤지컬 여배우 중 넘버원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자신했다.

귀국한 뒤 8개월여 만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소극장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다. 대형작품의 러브콜이 잇따랐지만 그는 “이게 가장 끌렸다”고 말했다. 상류층 남녀가 가면을 쓴 채 아슬아슬한 사랑을 나누는 1막과 별장으로 놀러 간 두 부부의 위험한 불륜을 소재로 한 2막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코믹하고 발랄하고 섹시할 거에요. 저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는 것 같아 제가 더 깜짝깜짝 놀라요.”

▶조정은이 출연하는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는 2월9일부터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에서 공연한다. 02-501-7888

최민우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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