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여성 이중고' 생각해봅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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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갈수록 늘어나는 영화제에는 영화인과 일반 관객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주류 영화제가 있는가 하면 매니어들이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이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고 권리를 지켜가기 위해 벌이는 비주류 영화제가 있다.

'영화로 인권을 고발한다' 를 모토로 지난해 11월 네번째 행사를 치른 인권영화제나 이달 초 두번째 행사를 치른 퀴어국제영화제가 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영화제다.

퀴어영화제는 동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대안적 영화제. 최근 부쩍 커진 영화의 대중성에 힘입어 이처럼 특별한 목적을 지닌 영화제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여성민우회가 29,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시네마테크 등에서 여는 제1회 여성노동영화제도 그런 맥락에 있는 행사다.

벤처 열풍이 불면서 여성 전문직이 늘어나고 21세기는 마치 여성이 세상을 주도할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정작 경제위기 이후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게

여성민우회의 설명이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더욱 심도있게 알리고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세계 흐름 속에서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마련했다.

'국제적 페미니즘의 다양성과 힘' '가정과 직장, 그 속에서 여성들의 살아남기' 등 4개 부문으로 구성한 영화제는 모두 10개 작품을 소개한다.

중국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라이홍의 작품으로 직업을 구하기 위해 시골에서 베이징으로 간 네 여성의 삶을 2년간 추적한 '피닉스다리를 떠나는 여성들' 과 맞벌이 부부인 한 여성의 하루를 스케치 한 체코 애니메이션 '불가능한 꿈' 등이 주요 작품들.

하지만 필름으로는 상영하지 못해 비디오로 상영한다는 점, 작품 수가 적고 다큐멘터리 영화에 치우친 점 등이 본격적인 영화제라 하기에는 미흡해도 영화를 통해 고통받는 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는 것만으로도 눈여겨봐야할 행사다. 관람료는 4천원.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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