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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억 훔친 은행원 11일새 17억 물쓰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국내 현금 도난사건 중 최다액으로 관심을 끌었던 국민은행 호남본부 21억원 도난사건은 한 은행원의 불안 심리가 빚어낸 '막가파식' 범행이었던 것으로 윤곽이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11일 만인 18일 경기도 광주 모 빌라에서 범인 임석주(林錫周.34)씨를 검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林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돈을 받은 친구 姜모(33).金모(34)씨 등 2명에 대해서도 장물 보관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당초 피해규모나 범행수법 등으로 미뤄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진 '한탕식' 범행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검거된 林씨의 도피행각과 돈 씀씀이는 일반 상식으로 납득이 안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구석이 많다.

林씨가 훔친 돈은 1만원권 20만1천1백장과 5천원권 2만장 등으로 무게가 2백50㎏. 林씨는 이를 돈상자 11개에 담아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싣고 서울로 올라가 물쓰듯했다.

처남에게 9억원을 맡기고, 친구 姜씨와 金씨에게 4억6천만원과 2억8천만원을 줬으며 숙박비 등으로 2천3백만원을 써 검거 당시 남은 돈은 3억9천6백만원 뿐이었다.

林씨는 경찰에서 "도박과 주식 투자로 8천만원의 빚을 져 범행했다" 고 말했으나 정작 빚은 한푼도 갚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수억원씩을 친구들에게 준데 대해 수사 관계자는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 처리에 어려움을 느낀데다 워낙 많은 현금을 갖고 있어 감각이 마비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林씨로부터 4억6천만원을 받은 姜씨는 이중 2억2천만원을 빚을 갚는데 써 이는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회수된 돈은 13억5천만원이다.

광주=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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