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의 장세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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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주가를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되돌려버린 18일의 '블랙 먼데이' 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표정은 망연자실(茫然自失) 그 자체였다.

증시의 밑바닥이 뚫린 것 같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내로라 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유가상승과 대우차 매각 불발이 폭락 불렀다〓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현재의 위기는 부진한 구조조정에 대한 실망감에다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가 금리상승을 촉발해 결국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것" 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포드의 대우차 인수 불발은 구조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을 결정적으로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증시 회생의 유일한 돌파구는 구조조정작업을 철저히 지속하는 것이라는 게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이다.

◇ 바닥이 아직 멀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종합주가지수가 연초 최고(1, 059.04) 대비 60%나 하락했지만 아직도 바닥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SK투신운용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은 "시장여건이 워낙 위태롭기 때문에 지지선을 설정하기 어렵다" 고 말했고, 현대투신운용 이용우 펀드매니저는 "바닥을 점치기 어렵지만 500 근처까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고 내다봤다.

코스닥의 경우는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의견제시 자체를 꺼렸는데 장인환 사장은 "코스닥의 인터넷 기업들은 현금만 까먹고 있기 때문에 올 4분기에는 부도기업도 나오기 시작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지수반등폭과 투자전략은=반등폭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평가가 주류였다.

E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투자심리가 진정되면 750선까지 강한 상승이 가능하다" 면서 그 근거로 ▶낙폭과대에 따른 삼성전자 매도 진정 전망▶국내 증시의 기업 실적 대비 낙폭 과대▶투신권의 매물이 상당폭 소화됐다는 점 등을 들었다.

10월 말~11월 초에는 800까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부장)도 제시됐다.

◇ 투자자들 유의사항=장인환 사장과 장동헌 본부장은 당분간 주가지수를 650~700 이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주가가 단순히 싸다는 이유로 매수하는 것은 금물이며, 보유 중인 주식도 물타기(현재 보유 중인 주식을 싼 값으로 추가 매입하는 행위)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하락폭이 워낙 크기 때문에 손절매할 시기를 놓친 주식보유자들은 반등시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조언도 나왔다. 장인환 사장은 그러나 "은행빚을 내 주식을 산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손절매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동호.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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