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흥 KAIST 부총장 “원전 안전 설계 제때 허가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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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려면 ‘안전규제 허가의 덫’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KAIST 장순흥(56·사진·원자력공학) 부총장의 말이다. 그러면서 핀란드 원전을 지으며 고전하는 프랑스 아레바사의 예를 들었다. 공기가 3년 이상 연장돼 건설비가 두 배로 늘었다는 것이다.

장 부총장은 최근 UAE 원전 수주 때 그 나라를 오가며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설득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 건설 중인 원전을 포함해 총 28기의 원전 중 울산 고리 원전 1, 2호기를 제외한 26기의 원전 건설 인허가와 설계 등에 간여했다. UAE 원전(APR-1400)의 설계 인증도 정부의 원자력안전위원장이었던 그가 내준 것이다.

핀란드 정부는 아레바에 20여 가지의 원전 안전문제를 지적해 개선을 요구했다. 아레바는 설계를 변경하느라 공기가 늘어지고,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고전하고 있다. 장 부총장은 한국 원전 안전 설계의 우수성을 UAE에 최대한 각인시켜 허가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UAE 원주 수주경쟁이 한창일 때인 지난해 원전 입찰을 주관하는 그 나라 기관의 대표가 대전 KAIST를 방문했다. 장 부총장은 “서너 시간에 걸쳐 한국 원전이 왜 안전한지를 설명했지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 뒤 UAE를 오가며 프랑스 원전 등과 비교 설명하자 조금씩 납득했다”고 전했다. UAE 측도 각국의 원전에 정보를 분석하고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면서 장 부총장의 설명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앞두고 전문인력의 양성 필요성을 역설했다. “원전 설계 능력을 확보하고, 핵 연료 개발자 등 원자력 관련 과학자들을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KAIST처럼 정년을 70세로 연장해서라도 노련한 원로 과학자들을 활용해야 해요. 앞으로 원자력 인력이 부족해지는 시대가 올 수 있어요.”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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