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협의 체계 정리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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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 개최 합의로 다소 어지럽던 남북회담 운영이 최근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트로이카 체제(3두 마차)' 로 자리잡게 됐다.

정부당국자는 16일 "긴장완화, 신뢰구축 문제가 국방장관급 회담으로 분리되면서 기존의 장관급 회담은 6.15 공동선언 실천의 총점검과 경협, 사회문화 교류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산가족 생사확인.서신교환 등 인도적 사업은 적십자회담 테이블로 모아져 있다.

◇ 테이블 전면에 나서는 북한 군부〓국방장관급 회담의 분리는 북한 군부의 위상을 반영한 자연스런 결과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 서울을 찾았던 대남문제의 지휘관 김용순 비서도 "군 문제만큼은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는 입장을 토로했었다.

때문에 실세 라인인 김용순 비서-임동원(林東源)특보간의 합의문 문항조차 "국방장관급 회담의 개최논의에 대해 환영했다" 는 제3자적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북측은 지난달 평양 장관급 회담 합의문에서도 "군당국자간 회담 실무협상을 건의한다" 며 군부 입장을 감안한 표현을 사용했다.

결국 국방장관급 회담 분리는 북한 군부를 배제한 채 당과 내각, 외곽기구인 아태평화위 인사 중심으로 진행돼 오던 기존 장관급 회담의 한계를 인정한 모양새다.

'국가 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 으로 규정된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회담 전면에 나서는 현실적 대안을 찾은 셈이다.

이와 관련, 북측이 지난 12일 기존의 '인민무력성' 을 '인민무력부' 로 개칭하고, 군 서열상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밑에 있던 조명록(趙明祿) 군 총정치국장을 金부장과 동격으로 승격시킨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

한 당국자는 "군이 내각 휘하의 성(省)이 아닌 독립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방장관급 회담에 참석할 김일철 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조명록 제1부위원장의 실질 지휘를 받을 것을 예고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 장관급 회담은 경협 위주〓군 신뢰구축 문제를 국방장관급 회담에 떼어 준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전금진(全今振)내각 책임참사 라인의 장관급 회담은 경협문제의 '속도내기' 에 주력할 전망.

남측은 기존 대표단 중 국방장관급 회담으로 이동하는 김종환 국방부정책보좌관 자리를 경제관료로 채운다는 복안이다.

경협 제도화와 식량차관 문제를 논의할 25일의 차관급 협상 진행상황과 백두산.한라산 교차관광을 지휘하고 경의선 복구의 총괄 조정역도 당분간 떠맡기로 교통정리가 됐다.

정부와 한적(韓赤)은 이산가족 면회소, 서신교환 추진의 중책을 짊어질 적십자회담의 위상을 고려해 최근 대표단을 보강.교체하고 주말인 16일엔 모의 적십자회담을 여는 등 남북회담의 '가지치기'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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