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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세상 두번째 이야기] 채종홍 보호관찰관의 새해 소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그날 방문한 보호관찰대상자는 2009년 4월에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농작물 절도로 보호관찰부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현재 천안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중인 대상자이다. 20대 중반에 폐차장과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던 중 허리부상을 입은 이후 근로의욕을 상실한 채 혼자 지내오다 허기를 달래려 주거지 인근 타인의 농경지에 침입해 벼·도라지 등을 절취했던 남성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몇 해 전부터 소화기 장애로 음식물을 섭취하면 구토를 해 정상적인 생활이 곤란한 독거 상태임에도 형제, 주변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후 관계기관을 방문해 대상자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다행히도 그의 처지가 관계기관에 전해지면서 보호관찰소와 유관기관의 공조체계가 갖춰지고 지속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대상자의 집에 들어서 인기척을 하자 그는 보호관찰관의 방문임을 직감한 듯 문을 열자마자 우편물을 한 통 건네며 이 서류가 무엇인지를 봐 달라고 했다. 우편물은 그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됐음을 알리는 통지서였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자 그는 밝은 표정으로 항상 관심을 가져 주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번 주에는 그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 소화기 장애에 관한 진단을 받게 했다.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국민이 사회의 무관심으로 범죄자가 되는 경우 업무를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자주 든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조그만 수고가 어느 한 사람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새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 눈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따듯한 정이 수북이 쌓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법무부 대전보호관찰소천안지소 책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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