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GO의 진로 지침서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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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NPO란 무엇인가' 에 담긴 정보는 그동안 미처 살펴보지 못해왔던 미국의 속살, 즉 미국을 움직여온 시민 부문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자발성과 공익을 목표로 민간주도 방식으로 활동하는 비영리기관(NPO, Nonprofit Organization)이 어느 정도로 퍼져있으며, 미국사 초창기 이래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책에 따르면 대표적인 NPO는 하버드대, 보이스카웃을 비롯해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브루킹스 연구소, 적십자, 무료급식소까지를 포함한다.

미국 전역에 1백60만곳인 이런 NPO의 생산기여도는 GDP의 9%에 육박한다.

고용효과 역시 무려 11%라서 농업인구의 3배 이상이고, 미국인 전체의 80%가 적어도 한개 이상의 비영리 기관의 회원이다.

'NPO란 무엇인가' 는 존스 홉킨스대 설러먼교수 원저의 번역서. 미국에서도 불과 20여년 전까지만해도 이 부문 연구가 빈칸으로 남아있다는 상황에 자극을 받아 기획 출간됐고, 이후 꾸준한 평가를 받아온 입문서이다.

많은 데이터와 도표 때문에 편안한 읽을거리로 볼 수는 없고, 한국의 상황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점도 눈에 띄지만 이 책을 리뷰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한국사회에서도 요즘 신생 NPO.NGO가 역동적인 모습을 띠고 괄목할만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1990년대 이후 탄생한 시민단체들이 현재 우리 사회 NPO.NGO의 60% 내외를 차지한다.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문화연대등이 그것이다. 또 도서출판 아르케는 설러먼의 이 책을 시작으로 '기업과 시민단체의 만남' 'NGO와 인터넷' '민간기부와 재단' 등 NPO, NGO총서를 1-2년새 펴내기로 해, 이론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NPO란 무엇인가' 를 읽으면서 재확인하지만, NPO가 등장.기능하는 미국과 한국의 맥락은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미국의 경우 초창기 역사에서 보듯 국가(state)에 선행해 사회(society)가 존재했고, 따라서 소방서, 학교, 자녀입양등의 문제는 지역사회가 먼저 손을 쓰는 전통이 존재해왔다.

저자는 그 이유를 미국인들은 정부 독재에 대해 극도로 민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소한 이런 차이점 면에서 국가부문, 관(官) 의존도가 봉건시대 이래 이상 발달해왔던 한국은 미국사회와 구분된다.

반면 목표와 자부심은 같다. 저자의 말대로 NPO는 다원주의, 다양성, 자유 등 사회적 가치를 촉진하는 핵심이다.

책에 나타나듯 미국와 한국 양국 사이의 차이점이란 것도 생각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현존 재단의 30% 이상이 레이건 집권시기인 1980년대에 탄생했으며,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운동 역시 바로 이 시기의 일이다.

저자는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의 기부문화 활성화 역시 앞으로가 관건이라고 지적, 미국 역시 NPO, NGO의 활동도 앞으로가 더욱 괄목할 만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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