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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송이' 받은 정치권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낸 칠보산 송이버섯(사진)이 정치권에도 전달됐다.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 여야 당 3역 등 중진들이 추석 전날인 11일 한개 또는 반 박스씩 받았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들한테도 송이버섯 선물이 갔다. 박스엔 송이 10개 정도를 담은 작은 상자가 8개(8㎏) 들어 있었다.

반응은 여러가지였다. 민주당은 "남북 화해.교류를 실감했다" 고 말했다. 李총재는 시큰둥했다.

"통일부가 보냈으니 (金위원장으로부터)직접 받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며 "안에서 (집사람이)알아서 처리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반응은 차가웠다. "YS는 거들떠 보지도 않더라" 는 게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의 말이다. 그래서 송이버섯 박스는 상도동 자택의 '눈에 띄지 않는 곳' 으로 옮겨졌다.

대신 YS는 13일 '김정일 범죄고발.규탄선언문' 을 발표했다. 그는 "김정일을 국내 법정에 고발하고, 서울 방문을 저지하는 2천만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 며 자신이 1번으로 서명했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은 송이버섯 상자를 5공 때 총리(남덕우.노신영.유창순)를 지낸 인사들과 측근(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들에게 나눠줬고, 자신도 맛을 봤다고 한다.

全전대통령의 민정기(閔正基)비서관은 "남북 정상회담과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전쟁방지와 화해협력 차원에서 의미있는 일이라는 게 全전대통령의 인식" 이라며 "6.25 전쟁.아웅산 사건에 대한 金위원장의 사과문제는 역사의 숙제지만 본격 제기할 시점이 아니다" 고 말했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송이선물에 대한 답례로 인편으로 김용순 비서에게 은수저를 보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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