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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한민족 뿌리찾기'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 고고학자들의 해외 유적발굴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올 여름 몽골 투브아이막의 '모린 톨고이' 유적과 러시아 연해주 북부 아무르강 하구 수추섬 일대의 신석기 유적지에서 각각 현지 고고학 연구팀과 공동발굴작업을 벌였다.

그동안 해외발굴은 비용문제와 전문연구자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90년대 말 중국과 러시아 지역에서 고구려, 발해 유적에 대한 민간차원의 답사.발굴이 시작되면서 문화교류사 차원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공동조사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몽골국립역사박물관 및 몽골 과학아카데미 역사연구소와 함께 7월4일부터 한달간 몽골 투브아이막 알탄블람솜의 '모린 톨고이' 유적에서 벌인 한국-몽골 공동유적조사는 동아시아 역사에서 한민족의 원류를 찾고 한국-몽골간 고대문화를 비교연구하기 위한 것.

발굴유적은 기원전 3세기에 북방유목민족을 최초로 통일해 대제국을 건설하고, 중국과 서유럽까지 세력을 확장한 흉노(匈奴)의 무덤중 가장 큰 귀족무덤으로, 중국 동한(東漢)시대 규구경(規矩鏡) 이라는 거울과 백화나무 껍질로 만든 제품, 토기.뼈젓가락등이 발굴됐다.

사람과 소.말.개의 뼈도 함께 출토됐는데, 이런 순장풍습은 고대 한국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번 흉노 무덤에 나온 규구경은 평양의 이른바 낙랑고분과 김해 양동유적 등지에서 출토된 적이 있고, 백화수피 제품과 순장풍습은 삼국시대 신라.가야의 무덤에서 확인된 바 있다.

박물관측은 "이번 조사결과 중국 인접지역인 우리나라와 몽골의 문화적 유사성과 북방 유목민족문화의 한반도 수용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며 "앞으로 단계적으로 양국간 루트상에 분포하는 유적에 대한 연구조사를 추진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도 7월9일부터 8월말까지 러시아 연해주 북부 아무르강 하구 수추섬 일대의 신석기 유적을 러시아 과학원 시베리아 분소 고고학 민족학연구소와 공동발굴작업을 했다.

발굴단원으로 활동한 홍형우 학예연구사는 "우리 선사문화와 환동해권 신석기문화의 연관성을 규명할 수 있는 신석기 토기와 석기를 대량 발굴했다" 면서 "연말까지 발굴보고서를 작성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연구소의 수추섬 신석기유적 발굴사업은 지난해 사전협의(답사)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다. 여름에 밖에 작업을 할 수 없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앞으로도 3년정도는 공동작업이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해외유적 발굴사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대상지역이 지극히 제한적인데다 발굴지역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사전준비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작업내용이 단순한 발굴에 그치고 있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와 동티모르유적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유적지 발굴과 발굴유물복원.현지 연구원 교육까지 범위를 넓혀 활동하고 있는 일본에 비교하면 아직도 열악한 수준이다.

문화재연구소측은 "중요 발굴유물들은 앞으로 임대해 우리측 연구에 이용하기로 러시아측과 합의했다" 면서 "양국 정부간 첫 프로젝트인 이번 발굴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만큼 앞으로 유물복원작업 등을 포함한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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