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방단체장 예산낭비 변상책임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자기 돈으로 물게 하면 조심할 것. "

감사원이 예산을 잘못 써서 손해를 끼친 자치단체장에게 돈을 물게한 배경이다. 자칫하면 월급이 차압되고, 집이나 자동차가 압류되는 낭패를 당하는 시장.구청장.군수가 나올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예산집행 규정대로 조심조심 내 돈처럼 쓰라는 취지다.

6일 국회에 제출된 '회계관계 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금까지 회계직원들이 뒤집어써온 변상책임을 이렇게 기관장에게 확대시켰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의 모든 장(長)이 해당된다. 초점은 자치단체장이다.

"일부 단체장들이 민선을 내세워 중앙정부의 재정업무 지침을 묵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법안을 놓고 정착돼 가는 자치단체의 독립성을 해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단체장 변상책임=예산집행 규정대로 쓴 돈은 사업내용이 부적절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변상책임이 없다. 그러나 규정을 어기거나 변칙적으로 집행한 돈은 변상대상이 된다.

예컨대 ▶불필요한 보상(補償)을 해줬거나▶시가(市價)보다 과다한 지출▶다른 항목의 예산을 특정 항목에 끌어쓴 경우 등이다.

현행법엔 '규정 위반으로 인정되는 회계행위를 명령했을 때는 상급자가 연대책임을 진다' (제7조)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실제로 단체장이 책임을 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며 "어차피 함께 책임져야 할 하급자가 혼자 뒤집어쓰는 게 관례" 라고 말했다.

선거공약 이행, 그리고 개인적.정치적 이유로 선심성 지출을 해도 제동장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하급자의 지시 거부권=개정안이 시행되면 회계직원들은 기관장 등 상급자의 부당한 자금지출 지시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상급자가 강행해 손해가 날 경우 회계직원의 책임은 없어진다.

똑같은 조항을 규정한 일본의 '예산집행 직원의 책임에 관한 법' 을 도입했다. 성균관대 박재완(朴在完.행정학)교수는 "하급자가 거부의견을 적극적으로 펼 수 있도록 '거부의견 표시로 인사 등의 불이익을 당해선 안된다' 는 조항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편 개정안은 하급직원에게는 고의성만 없다면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 변상 판정=감사원이 감사에서 부당지출과 재정손실을 확인하면 변상 판정을 내리게 된다.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감사원으로부터 변상 판정을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변상액 79억원)으로 모두 회계직원에게 부과됐다.

김석현.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