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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빰치는 이운영씨 잠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감청과 미행, 추적차량 따돌리기, 접선과 장소이동 등….

이운영 신용보증기금 전 서울 영동지점장의 두차례 기자회견 과정에서는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끊임없이 연출됐다.

李씨측은 1차로 모일 장소를 지정한 뒤 취재진이 도착하면 회견장을 옮기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낌새' 가 이상하면 언제라도 장소를 바꾸려고 했다.

특히 2차 회견을 한 지난 5일에는 도심 추격전까지 벌였다. 李씨측의 연락을 받고 서울 강북구의 한 커피숍으로 나간 취재진은 李씨측이 대기시킨 차량으로 갈아타고 '회견 장소' 로 향했다.

하지만 차량을 운전한 李씨의 대학(동국대)선배는 "뒤따르는 차량이 있는 것 같다" 며 곧장 목적지로 가지 않고 같은 길을 세차례 돌았다.

여전히 같은 차량이 뒤쫓는 것을 확인한 그는 속력을 내더니 골목 숨바꼭질을 한 끝에 결국 미행 차량을 따돌렸다.

그는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움직이면서 걸었으며 통화를 간단히 끝낸 뒤 곧바로 전원을 껐다.

그를 돕는 사람들도 李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르며 시간을 정해 李씨가 전화를 해온다는 것이다. 李씨의 한 대학선배는 "홍보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선후배가 그를 돕고 있다" 며 "李씨를 믿기 때문에 나중에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을 것을 각오하고 나선 것" 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검거 전담반까지 만든 검찰.경찰의 입장은 이래저래 난처해지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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