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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은행 불법대출 '낌새' 못챈 금감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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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해당 은행은 물론 감독당국인 금융감독원의 허술한 불법대출 감시체제가 속속 노출되고 있다.

은행에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넣어 부실을 털어줘봤자 이런 허술한 감시체제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정도다.

◇ 수박 겉핥기식 금감원 검사=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26일~5월 30일 한달동안 1개 검사팀을 동원, 한빛은행을 종합검사했으나 서울 관악지점과 관련한 이상징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원이 모든 대출을 일일이 검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정상대출은 1백억원 이상, 부실은 3억원 이상만 검사하나 아크월드는 당시 정상으로 분류돼 대상이 아니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점별 여.수신 동향만이라도 들여다봤다면 관악지점의 이상징후를 포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불법.편법대출을 일으키는 사람이 남의 눈에 띄기 쉽게 거액 대출을 하겠느냐" 며 "소액으로 쪼개는 불법대출 수법을 잡아내자면 지점별.개인별 대출총액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 이라고 꼬집었다.

◇ 안일한 내부 검사=검찰수사 결과 한빛은행 검사부는 지난 1월과 4월 두차례나 관악지점의 이상 대출 징후를 포착했다.

1월에는 아크월드에 담보보다 훨씬 많은 대출이 나간 게 발견됐고, 4월에는 아크월드가 할인해간 어음이 진성어음이 아니라 융통어음으로 드러나 본점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한빛은행은 두번 다 아크월드가 문제가 된 대출금을 갚자 그냥 넘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같은 지점에서 같은 업체 대출이 두차례나 문제가 됐는데 현지조사 한번 나가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 지적했다.

관악지점 여.수신 동향에서도 이상 징후는 드러난다. 지난해 2월 신창섭 전 지점장 부임 당시 각각 4백여억원으로 비슷했던 여.수신이 올 1월에는 수신은 그대로인데 여신은 두배인 8백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대출을 해주면 대출액 중 일부는 해당 지점에 넣어놓고 쓰기 때문에 수신이 함께 늘어나게 마련인데, 관악지점은 여신만 기형적으로 늘어난 것.

한빛은행은 "당시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있던 때라 의심하지 않았다" 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정경민.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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