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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클리닉] 평소 실력보다 시험 못 보면 학원 의존증 체크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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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과외나 학원 선생님들이 테스트를 해보면 분명히 90점 이상은 받고도 남을 실력이라는데 막상 시험을 보면 70점도 안 나와요.” “집에서는 문제도 잘 풀고 알아서 공부도 잘 해요. 그런데 시험만 보면 맥을 못 춰요. 쉬운 문제도 어처구니 없이 틀리기 일쑤니….” 중2 은정이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고1 민수도 학원에서 모의시험을 치르면 거의 전 과목 1등급을 받는데 실제 학교 성적은 3등급에도 턱걸이하기 어렵다. 과외·학원 수업 시간엔 학교 시험보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내는데 실전에선 전혀 힘을 못 쓴다. 이처럼 평소 실력은 ‘왕’인데 시험 성적은 ‘꽝’인 학생들이 늘고 있다. 시험 불안이 아닌 경우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과외·학원 의존증이다. 은정이의 경우, 과외 선생님이 옆에 있을 때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제 실력도 낼 수 있다고 고백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이 두려운 학생이다. 그렇다고 과외 선생님을 가방에 넣어 시험장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은정이는 매사 의존적이었다. 옷을 고를 때도 자기 맘에 드는 옷보다 엄마나 친구가 잘 어울린다고 하면 사는 스타일이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 내 옆에는 나를 도와줄 그 누군가가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했다. 은정이는 꾸준한 심상법과 첨단기기를 통한 마인드 컨트롤 훈련으로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둘째, 정신 운동 속도,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다. 민수는 시험지를 받으면 4분의 3 부분까지 잘 풀지만 나머지 4분의 1은 거의 찍고 나온다고 했다. 뇌 기능 검사를 해보니 같은 또래의 평균을 10점으로 했을 때 민수는 4점으로 거의 지체 수준이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100점 만점을 받을 실력이지만 시험엔 시간 제한이 있으니 어찌 하랴. 정신 운동 속도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더니 처음엔 낮은 수준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빨라요” “이걸 어떻게 해요?” 2·3단계 훈련에서 계속 실패하고 짜증을 냈다. 그러나 워낙 경쟁심이 강한 성격이다 보니 악착같이 10단계까지 성공해냈다. 딱 6개월 만이다. 그리고 다시 정신 운동 속도를 체크해보니 12점. 당연히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는 일은 없어졌고 성적도 올랐다.

평소 공부한 때와 시험 성적 간에 큰 차이가 나면 부모들은 다른 과외 선생님·학원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처방하는 의사는 돌팔이다. 감기 때문인지, 폐렴 때문인지, 아니면 대장염 때문인지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의사가 명의다. 시험 성적이 안 나온다고 학원·과외부터 바꾸지 말고 이유부터 찾아 고치는 것이 우선이다.

정찬호 마음누리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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