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토론시간 단축하려다 수세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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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사진)가 3일 다음주부터 당장 대선 토론을 하자고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을 상대로 선제 공격을 폈다가 거꾸로 수세에 몰렸다.

초당적인 기구인 미 대통령후보토론위원회(CPD)는 이미 10월 중 두 후보가 참가해 세번의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토론에서 고어보다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 부시측은 그동안 어정쩡하게 "알겠다" 는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다 아무런 사전 통고없이 갑자기 토론일정을 앞당기자고 제안한 것이다. 부시측의 제안은 오는 12일 NBC 방송, 10월 3일 CNN의 '래리 킹 라이브' , 17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등에서 토론하자는 것. 또 부통령 후보 토론은 10월 11일 노스 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한차례 하고 10월 안에 한번 더 열자는 것이다.

이에 앞서 대통령후보 토론위원회는 세 차례 토론을 모두 10월에 열되 토론 시간은 90분, 방송망은 전국 네트워크로 하자고 제안해 고어는 이미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부시는 세번 가운데 두번의 토론시간을 60분으로 줄이자는 주장이다. 게다가 토론형식도 후보간 1대1 토론이 아니라 중간에 래리 킹 같은 사회자가 끼여들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부시측은 "공화당과 민주당 정강 차이를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알려주기 위해 빨리 토론을 하자는 것"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어는 "토론 시간을 줄이고 유권자의 시청기회를 제한하려는 부시의 제안이 실망스럽다" 며 즉각 거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가 뻔히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제안을 한 것은 '고어가 TV토론을 거절했다' 는 식으로 선전해 고어의 신용도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 이라고 지적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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