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 난개발 규제 '흐지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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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의 '마구잡이 개발' 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도시계획법에 따라 고층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용적률.건폐율을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겠다던 일선 시.군들이 입법 예고때와 달리 실제 입법과정에서 법정 상한선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이용 효율을 높이려는 주민.건축업자들의 민원에 밀린 결과다.

정부방침과 민원의 등쌀을 피하기 위해 인근 시.군 실무자들끼리 똑같은 조례를 만들기로 '담합'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강원도 철원군은 당초 입법예고한 조례안에서는 1종 전용주거지역의 건폐율을 40%이하, 용적율은 80%로 정했다.

법정 상한선(건폐율 50%이하, 용적률 50~100%)보다 강화한 내용이다. 그러나 9월 중순쯤 열릴 군의회에 넘길 조례안에서는 법정 상한선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군사시설보호구역등으로 인해 이미 각종 규제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또 다시 규제를 강화하면 지역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완화키로 했다" 고 설명했다.

철원군과 비슷한 내용으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던 화천군도 법정 상한선에 맞도록 최종안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애당초부터 법정 상한선에 맞춰 안이하게 조례안을 만드는 지자체도 있다.

충남 천안시관계자는 "서울등 대도시와 달리 중.소도시는 아직 규제보다는 개발이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많기 때문에 민원해소를 위해 규제를 법정 상한선에 맞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일부 지자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특성을 살리기 위해 법정 기준치보다 규제를 강화해 주목을 끈다.

역사관광지로 유명한 충남 부여군은 당초 용적률을 중심상업지역은 7백%, 일반상업지역은 5백%로 정했으나 각각 6백%, 4백%로 낮추기로 했다.

고원관광지인 강원도 평창군도 쾌적한 주거공간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준주거지역의 건폐율을 60%이하(법정 상한선은 70%이하)로 정했다.

한편 서천.예산.당진.연기.홍성.태안등 충남도내 6개 시.군은 최근 실무자 협의를 거쳐 1종 전용주거지역 건폐율을 40%이하로 정하는 등 조례안의 규제 내용을 통일시켰다.

최준호.이찬호.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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