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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국 '환자중심' 안되면 망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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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의료산업 빅뱅이 시작됐다.

수준 미달 의료 서비스를 계속하거나 내세울 것이 없는 병원.의원.약국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반면 '환자(고객)는 왕' 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전문화에 성공한 의료기관들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 8백75개 병원 중 1백개 이상이 올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전망이다.

병원들의 자기자본 대비 경상이익률이 평균 -0.45%(1998년 3차 의료기관 기준)에 그칠 정도로 재무제표가 취약한 데다 이번 폐업사태가 치명타를 가했다.

이에 따라 전문 컨설팅업체에 자문하거나 경영을 위탁하는 병원도 생기고 있다. 올해 한국의료컨설팅에 경영을 위탁한 서울 N병원과 경기도 A병원이 좋은 예. 또 의원은 지난해 1만4천7백8곳 중 1천3백곳(8.9%)이 휴.폐업했다. 의사협회는 올해 소아과.내과.가정의학과를 중심으로 문닫는 곳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약국은 최근 한달새 8백4곳이나 문을 닫았다.

한화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의약분업 후 중소제약사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4백55개 제약사 중 50여개사만 생존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중.상류층은 해외 병원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40평 이상 아파트 거주자 2백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5%가 '큰 병이 생기면 외국에서 진료받겠다' 고 답했다.

외국의 거대 의료자본은 국내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오리지널 약을 생산하는 40여개 다국적 제약회사가 의약분업을 계기로 국내 매출 목표를 20~30%씩 높여 잡았으며, 재미동포 의사들은 미국 의료자본을 들여와 서울 한남동 단국대 부지에 외국인 대상 클리닉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살 길은 있다.

환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연중 무휴 개원(경북 안동병원)▶간호 실명제(경희의료원)▶환자 서비스팀 운영(강남성모병원) 등을 시행한 의료기관들은 경영이 호전됐다.

이밖에 ▶전문 병원▶의료기관간 제휴▶공동 개원▶약국 체인 등도 의료산업에 새 성공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경희의료원 안회영 교수는 "의약분업을 계기로 의료계에 무한경쟁의 불똥이 떨어진 꼴" 이라며 "기업의 경영혁신 사례를 배워야 한다" 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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