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수방대책…경기북부 "관재"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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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호남과 충청지역에 많은 비를 뿌린 구름대가 북상하면서 28일 새벽 경기.강원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동두천에 시간당 42㎜의 폭우가 내리는 등 수시간 동안 최고 2백㎜나 되는 비가 쏟아져 임진강 중.하류지역에 한때 홍수경보가 내려지는 등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잇따르고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불편을 겪었다.

비는 낮부터 잦아들었으나 동두천.연천.문산 등지의 주민들은 지난해 수해 때 정부가 약속한 항구적인 수방(水防)대책이 주민입장보다는 관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올해도 똑같은 피해가 났다며 이번 피해도 관재(官災)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1996년 이후 5년째 물난리를 겪었다.

한탄강 상류 차탄천이 넘치는 바람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공장 전체가 침수돼 섬유 원단과 기계류 등 30억원 가량의 피해를 당한 연천군 전곡읍 은대3리 한성섬유 강호상(姜鎬相.45)총무부장은 "군측이 주민들이 살고 공장이 있는 쪽에는 제방을 쌓지 않고 건너편 하수종말처리장 앞에만 길이 8백80m의 제방을 쌓는 바람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았다" 고 말했다.

연천군 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李錫雨.46)사무국장은 "정부는 입버릇처럼 엄청난 예산을 수방대책에 투입했다고 발표하면서 주민들의 요구에는 '예산타령' 만 늘어놓고 있다" 며 "누구를 위한 수방대책이냐" 고 불만을 터뜨렸다.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한탄강 국민관광지 10만평과 17개 상점도 96년과 99년에 이어 세번째 침수 피해를 당했다.

이날까지 전국에서 주택 2백88동이 침수돼 71가구 2백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농경지 2만5천8백69㏊가 물에 잠겼다. 재산피해는 3백4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 날씨=기상청은 서해상에서 비구름대가 계속 발달해 경기만으로 유입되면서 경기북부.강원북부를 중심으로 29일 오전까지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에 따라 최고 80㎜ 이상의 비가 내린 뒤 29일 전국이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차차 갤 것으로 전망됐다.

연천.동두천.파주〓전익진.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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