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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선 태릉 선수촌장 "금 10개 가능성 충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 정신' .

태릉 선수촌장실에 들어서면서 왼쪽 벽에 걸려 있는 액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저는 운을 매우 싫어합니다. 스포츠에서 운은 없습니다. 실력이 있어야 운도 따라옵니다. 운이라면 한게임 정도는 이길 수 있겠죠. 그러나 운으로 메달을 딸 수는 없습니다."

작은 키에 딱 벌어진 체구, 환하게 웃는 얼굴. 마치 미소년을 연상케 한다.

시드니 올림픽 개막까지 불과 17일. 초조한 표정을 예상했지만 장창선(57.사진)선수촌장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이라고 할까.

- 대표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는 선수촌장으로서 올림픽에서 종합 10위 이내 입상이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봅니까.

"어차피 한국에서 메달 따는 종목은 뻔합니다. 실력은 비슷합니다. 애틀랜타 올림픽 때 금 7개에 은이 15개였습니다. 이 은메달이 금으로 넘어와야죠. 충분한 체력 훈련을 한 만큼 금메달 10개 이상은 나온다고 봅니다."

- 올림픽을 앞두고 어떤 면에 주안점을 뒀습니까.

"1백일을 앞두고는 이런 주문을 했습니다. '이제부터 미치자. 학교갈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자리가 있어도 앉지 말고 서서 가라. 급정거해도 손잡이를 잡지 않을 정도로 중심 잡는 훈련을 해라. 모든 운동의 기본은 중심이다. 레슬링 선수는 잘 때도 어깨 닿지 않도록 모로 누워 자라. 24시간 훈련하는 자세를 가져라. '

50일 전에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국가보다도 우선 너 자신을 위한 것' 이라고 정신교육을 했죠. 그리고 30일 전에는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라' 고 주문했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에 우리 선수들 정말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자기와 싸움에서 지면 모든 게 무너집니다."

-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지금 제일 신경써야 할 게 부상입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부터 반복훈련만 하라고 했습니다. 다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소리는 최소한 듣지 말아야죠. 또 도덕적으로도 죄를 짓지 않도록 다짐을 받았습니다. 정말 한점 부끄럼없는 깨끗한 마음으로 올림픽에 임하자는 뜻이죠."

- 선수 출신 촌장으로서 평소 후배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고 있습니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라는 평범한 얘기입니다. 사실 대부분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거든요. 경기가 끝났는 데도 힘이 남아 있는 선수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거죠. "

-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우승했지만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에 그쳤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쉽지 않습니까.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6개월 일본 전지훈련 덕분입니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66년 올림픽이 열렸다면 금메달을 땄겠죠. 때가 맞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지금이 찬스라고 강조하죠. "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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