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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발레단 주역무용수들 한무대에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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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같은 목표를 가진 경쟁자는 친구가 되기 어려운 법이다. 오히려 우정까지 금가게 만드는 게 경쟁이다.

이런 경쟁의 속성은 예술 분야라고 빗겨가지 않는다. 서로 격려하고 재능을 북돋워주기보다 흠잡기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감추고 싶은, 그러나 아주 일반적인 예술계 내부의 모습이다.

하지만 유독 국내 직업발레단들만큼은 적이라기보다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며 발레 대중화라는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오는 9월 4~8일 펼쳐지는 '발레축제 2000' 역시 이런 맥락에서 펼쳐지는 작은 시도이다.

한국 최초의 직업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이 1962년 창단한데 이어 84년 선진발레를 수입한 유니버설발레단(UBC)이 만들어지면서 양대 발레단 체제가 확립됐다.

한국춤 전통 속에서 낯설고 어렵기만 한 발레무용수의 길을 같이 걸으면서도 두 단체 무용수가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물론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오랜 '등돌리기' 가 무너진 것은 공연전문지 '객석' 이 주최한 98년 '코리아 발레스타 페스티벌' .

양대 발레단에다 95년 창단한 신생 발레단인 서울발레시어터, 지방에 근거지를 둔 광주시립무용단의 주역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서서 갈라공연을 연출하고 4대 발레단 단장들이 함께 특별공연을 펼치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동반자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이후 '코리아 발레스타 페스티벌' 은 2회로 단명했지만 단장들은 발레축제로 이름을 바꿔 이를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또 공연에만 그쳤던 기존 발레스타 페스티벌과 달리 문애령.이종호씨 등 평론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내가 사랑하는 명작 발레' (9월 5~8일 오후 4시.예술의전당 내 문예진흥원 예술자료관 영상감상실)와 '컴퓨터 안무 공개 강좌' (9월 4일 오후 4시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홀).발레 교사들을 위한 '바가노바 메소드 워크숍' (9월 7~8일 오후 1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용연습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발레축제의 하이라이트는 7~8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합동공연.

4대 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이 모두 등장해 각 발레단의 대표작 주요 장면을 20~30분 길이로 선보인다.

솔로와 이인무 위주의 갈라공연이 자칫 관객들을 지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화려한 볼거리 위주로 레퍼토리를 짰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와 '돈키호테' '라 바야데어' 등 고전발레의 진수는 물론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안무의 창작발레 '세레나데'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발레축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국립발레단에서는 김지영.김주원.이원국, UBC에서는 전은선.황재원.김세연 등이 출연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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