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9시30분쯤 홍콩 주룽(九龍)반도 야우마테이(油麻地) 지역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에서 괴한 한 명이 건물 옥상에서 염산이 든 병 2개를 행인들을 향해 던졌다. 병이 깨지면서 염산이 사방으로 튀었고 남성 19명과 여성 11명이 현장에서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곧바로 출동한 구급차로 부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피해자 중에는 3~4명의 어린이와 말레이시아인 등 해외 관광객 9명이 포함돼 있다.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홍콩 봉황TV에 “홍콩으로 관광 온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 바로 앞 거리에 병이 떨어졌고 곧바로 염산 냄새가 진동했다. 주위에 있던 수백 명의 행인이 놀라 달아나면서 아수라장이 됐고 비명을 지른 행인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은 토요일 밤이어서 야시장에 해외 관광객 등 쇼핑객 수만 명이 몰려 있었다. 경찰은 10일 새벽 범행 현장 부근에서 배회하던 30대 중국인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야우마테이 경찰서 라우 입 싱 서장은 “용의자는 범행 현장 부근 건물 옥상에서 검거됐으며 검거 당시 범행에 사용된 염산병과 똑같은 병의 마개 두 개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용의자가 2008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홍콩에서 발생한 7차례의 염산테러와 관계가 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발생한 염산테러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했다.
홍콩 경찰은 그동안 150만 홍콩달러(약 2억1800만원)의 현상금을 걸고 최첨단 폐쇄회로 TV(CCTV)를 대표적인 쇼핑가 곳곳에 설치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홍콩 주재 한 한국여행사 대표는 “새해 초라 한국 관광객 숫자가 늘고 있다”며 “당분간 야시장 관광을 자제하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