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이온 가속기, 암 정복과 원자력 원천기술 확보 길 열 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8호 04면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공동위원장 정운찬·송석구)는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입주시켜 인근의 대덕특구와 충북 오송·오창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연결하는 첨단 과학기술 트라이앵글을 만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중요한 까닭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국내 최초의 중이온 가속기 도입과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이 핵심이다.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사진)에게 5일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민 이사장은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과학기술 분야 위원이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총괄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중이온 가속기가 도대체 뭔가.
“물질을 변화시키는 장치다. 물질 속을 내시경처럼 들여다보고 물질의 성질도 바꿀 수 있다. ‘현대판 연금술’로 종이를 방탄막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세포도 물질이다. 암 세포를 변형시켜 증식할 수 없게 만들거나 파괴할 수도 있다. 아주 정밀하게 세포 내 DNA, 분자 수준까지도 컨트롤할 수 있다. 1000조분의 1m, 펨토 단위다. 나노의 100만분의 1 수준이다. ‘위험 제로’ 핵폐기물 처리 기술도 가능하다. 원자로 핵 폐기물의 위험성이 사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100만 년에서 25분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이번에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데 5% 이상의 원천기술 사용료를 웨스팅하우스·도시바 등에 지불해야 한다. 바로 그런 원천기술을 중이온 가속기를 가지고 만들어낼 수 있다. 원전을 완전히 독자적으로 만드는 데 중이온 가속기가 꼭 필요한 것이다.”

-포항의 광 가속기, 경주의 양성자 가속기와 무엇이 다른가.
“각기 효용이 다르다. 광 가속기는 물질의 성질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데 적합하다. 양성자 가속기는 물질의 성질을 볼 수 있고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는 물질을 더 미세하게 들여다보거나 더 다양하게 물질의 특성을 바꿀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는 굉장한 에너지 덩어리를 한꺼번에 집중시킬 수 있다. 아주 섬세한 작업을 하거나 큰 파괴력이 필요한 일에 적합하다. 그래서 고준위 핵 폐기물을 안전하게 변환시키는 일 같은 것을 할 수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도입되는 중이온 가속기는 5000억원 규모다. 연구 내용에 제약이 많은 것 아닌가.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 있는 10조원 규모의 가속기처럼 우주 탄생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 같은 것은 무리다. 하지만 앞서 말한 물질을 변형하는 연구는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에는 5000억원 규모의 가속기가 20대, 1000억 규모는 200개 정도 있다.”

-일본만 해도 그렇게 많은데 가속기 하나 사서 들여오는 것에 별다른 효과가 있겠는가.
“우선 사오는 것이 아니다. 상당 부분을 우리 기술로 건설한다. 그리고 가속기는 규모가 비슷하더라도 다 조금씩 다르다. 목적에 맞게 빔의 집중도·밝기 등을 조절해 맞춤형으로 만든다. 우리가 건설할 가속기는 집중도가 매우 높은 것이다. 1초에 하나 보낼 빔을 한꺼번에 10만 개 보내는 식이다. 세계 최고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유일한’ 가속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가속기가 필요한 전 세계 연구진들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 더 기대가 크다.”

-‘한국에만 있는 중이온 가속기’가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융합 연구가 가능한 가속기를 설계하고 있다. 생물학·화학·물리학이 만나는 영역이다. 신소재·신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현재 기초과학은 대학에서 주로 연구한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목적성이 없는 대규모 기초과학 연구는 현재까지 없었다. 사실 연구자들이 창의적으로 기초과학 분야 연구를 마음껏 해야 노벨상도 나오고 하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창의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하게 될 것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경제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20년 동안 200조 이상의 경제 효과, 136만 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다. 1년에 10조, 해마다 6만5000명의 일자리다. 기초기술연구원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은 3000명 정도지만 그들이 개발한 원천 기술을 산업계에서 이용하면서 일자리가 확 늘어나는 것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 논란에 휘말리면서 좌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국민들에게 좀 더 알려지게 되는 계기도 됐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가 정치적 논란에 희생될까 봐 과학계에서도 걱정한다. 하지만 세종시엔 이미 부지가 마련돼 있고 대덕이나 오송·오창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방에서의 접근성도 좋다. 오히려 세종시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날아오를 활주로를 찾았다고도 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