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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축구장, 바이아레나의 감동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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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호 16면

바이아레나(BayArena)는 독일 프로축구 바이엘 레버쿠젠의 홈경기장이다. 1986년 처음 지었을 때 수용 규모는 2만 명이었다. 97년 관중석은 2만2500개로 늘었고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마친 다음엔 3만210개가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바이아레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월드컵 경기장의 조건(관중석 4만1620개)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대표팀의 훈련장으로 제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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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레버쿠젠 시민들의 바이아레나에 대한 자부심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바이아레나는 레버쿠젠 축구의 역사이자 심장이다. 작아서 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자부심에 흠집을 내지 못한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늘린 좌석 수도 월드컵 기준을 채우지 않았다.

기자는 2002~2003년 독일에서 연수하면서 바이엘 스포츠동호회(Sportvereins Bayer)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조금 과장하면 바이아레나를 집처럼 드나들었다. 2002년 11월 3일 클라우버트·사비올라·푸욜 등이 뛰는 FC바르셀로나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홈경기(1-2로 졌다), 13일 베컴·니스텔로이·긱스 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0-2로 졌다)를 관계자석에서 지켜봤다.

레버쿠젠은 준우승을 많이 했다. 특히 2001~2002 시즌엔 분데스리가와 독일컵,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했다. 하지만 88년에는 UEFA컵을 제패했다. 차범근이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에스파뇰과의 결승 2차전에서 3-3 동점을 만드는 헤딩 골을 넣었다. 클럽 박물관에는 차범근의 실물 크기 사진이 있다.

바이아레나는 콘텐트로 가득 찬 하드웨어다. 레버쿠젠 축구의 영광과 좌절의 역사야말로 바이아레나를 채우는 콘텐트다. 이 콘텐트로 인해 시민들의 가슴은 클럽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하다. 그러므로 감동의 크기는 경기장의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 경기장을 채우는 콘텐트의 양과 질, 팬과의 교감을 통해 결정된다.

최근 한국농구연맹(KBL)은 챔피언결정전 5~7차전의 서울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취지를 이해한다. 챔피언결정전이 지방의 작은 경기장에서 열리면 입장 수익이 적다. 서울에서 경기해야 관심도 높을 것이다. 전주체육관(4730석)이나 원주치악체육관(3050석)은 잠실체육관(1만3000석)에 비해 너무 작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선 홈앤드어웨이라는 원칙을 깨야 한다. 지방팀끼리 챔피언결정전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지방팀 연고지 팬들의 권리를 빼앗게 된다. 서울팀 팬들은 상처를 받는다. 더구나 서울팀 삼성과 SK는 KBL에 각각 50억원을 연고권료로 냈다.

레버쿠젠은 맨유 같은 빅 클럽과의 홈경기를 자동차로 30분도 안 걸리는 쾰른에서 할 수도 있다. FC쾰른의 홈구장인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은 관중석이 5만374개나 된다. 그러나 레버쿠젠은 쾰른에서 경기하지 않는다.

레버쿠젠에는 한국인 차범근을 가슴에 품은 레버쿠젠의 팬이 있다. 쾰른에는 폴란드 혈통의 포돌스키를 아들로 여기는 쾰른만의 팬이 있다. 이것이 프로스포츠의 본질이고 기본이다. 프로농구에는 삼성과 SK, 동부와 KCC의 팬이 따로 있다. 그들을 지켜 주는 일이 입장 수익보다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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