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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 돋보인 영화 '할로우 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비평가들로부터는 별 대접을 못받지만 흥행에선 귀재 소릴 듣는 폴 버호벤은 10년 전 '토탈 리콜'에서 사실적인 특수효과로 불가능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만들어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 뒤 '원초적 본능' '쇼걸'에서 섹스에 강한 집념을 보였고 '로보캅' '스타쉽 트루퍼스'에선 기발한 SF로 관객의 기대치를 만족시켰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물 '할로우 맨' (The Hollow Man)을 들고 나왔다.

이 영화는 도입부부터 관객의 시선을 강하게 빨아들인다. 컴퓨터 그래픽의 특수효과로 정상 인간을 투명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장면은 압권이다.

사지를 묶인 채 실험대에 누워있는 세바스찬(케빈 베이컨)은 팔뚝에 빨간 액체 주사를 놓는 순간 사지를 뒤틀며 고통에 휩싸인다.

잠시 후 붉은 유동체가 온몸으로 퍼지자 그의 육체는 녹아내리듯 투명인간으로 변모하는데 사라지는 혈관.신체장기.골격의 묘사가 워낙 사실적이어서 마치 현실에서 일어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미 국방부가 1급 비밀로 추진하고 있는 이 실험에는 괴팍한 천재 세바스찬과 그의 여자 동료 린다(엘리자베스 슈) 등 소수 정예 요원이 참여한다.

실험용 고릴라를 그 자리에서 사라지게 하는데 성공한 세바스찬은 국방부의 명령을 어기고 '투명인간 실험을 강행하며 '자신이 직접 실험대에 오른다.

결과는 성공. 하지만 그 뒤 인간으로 돌아오는데 실패하면서 세바스찬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투명인간의 본능이랄까, 린다를 스토킹하고 평소 흠모하던 옆집 여인을 강간하는 등 마성을 드러내고 마는 것. ' 급기야 프로젝트 자체를 은폐시키기 위해 동료들까지 살해하는 세바스찬. 린다는 그에 맞서 싸운다.

이 영화는 중반까지는 관객을 의자 등받이에서 떼어놓을 정도로 긴박하게 움직이지만 후반에 이르면 이야기 전개가 느슨해 저절로 자세가 풀린다.

호기심으로 지켜볼 수 있는 투명인간의 변신이 끝나고 나면 익숙한 할리우드식 격투와 '정의의 승리' 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반부에서는 주도면밀한 천재 세바스찬이 악한이 되었다가 말미로 가면서 점점 멍청하게 변하는 반면 평범한 린다와 세바스찬에 대한 콤플렉스로 가득한 매튜(조시 브롤린)는 비범하고 지혜로워진다.

투명인간인 세바스찬이 지하 실험실에 폭파 장치를 해놓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려는 순간, 냉장고에 갇혔던 린다가 쇳덩이에 전류를 흘려 자석을 만들어 문을 연다는 기발한 발상과 엘리베이터 문으로 슬라이딩한 후 화염방사기를 쏘는 장면은 볼 만하다.

하지만 고압전류에 감전돼 죽은 줄 알았던 세바스찬이 살아나 탈출하는 린다와 매튜를 재차 공격하는 장면과 실험실 폭발로 거대한 화염이 린다의 발밑까지만 타오르는 것 등은 할리우드의 공포물이나 다이하드식 작품에서 너무나 익숙한 장면들이다.

다음달 2일 개봉.

신용호 기자

<Note>

"공허하다"와 "특수효과 죽이는데…" 반응은 둘 중 하나다. 그래도 투명인간은 언제나 가슴설레게 하는 소재다. 투명인간은 기존 인간과 전혀 다른 구조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실감있게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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