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부시, 위스콘신주에서 정면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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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대선 후보들이 전국 순회 유세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위스콘신주 공업도시 밀워키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고어와 부시는 21일과 22일 제102차 해외참전용사대회가 열리고 있는 밀워키를 잇따라 찾아가 예비군들 앞에서 상대방을 격렬하게 공격했다.

논쟁의 주제는 '현재 미군이 세계 최강이냐 아니냐' 였고 부시 후보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까지 도마에 올랐다.

부시를 꺾은 빌 클린턴, 그의 후계자인 앨 고어와 아버지의 복수를 노리는 조지 W 부시의 얽히고 설킨 애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격은 공화당의 부시가 먼저 시작했다.그는 21일 "우리 아버지는 국가가 처한 위험과 도전에 맞설 태세가 돼 있는 군대를 물려줬다.그런데 차기 대통령은 현 정부로부터 쇠퇴한 군대를 물려받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그는 "클린턴과 고어가 군인들을 오랫동안 내팽개쳤다" 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시는 군비 확장과 군인들의 연봉 인상 등을 공약했다.이에 앞서 걸프전의 영웅인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과 노먼 슈워츠코프 퇴역 대장도 공화당 전당대회때 비슷한 주장을 했었다.

그러자 앨 고어는 하루 뒤인 22일 아예 예비군 모자를 쓰고 나와 부시를 맹공했다.그는 먼저 자신의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앞세워 예비군들의 동료의식을 자극했다.

이는 동시에 전쟁터에 안끌려가기 위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주방위군에 근무했다는 부시의 병역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고어는 또 "국방비를 감축한 것은 전임 부시 대통령 때부터인데 나는 그것을 되돌려 놓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면서 "지금 미군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최고의 군대" 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나는 선거 때가 되니까 갑자기 군인 문제를 떠들고 나오는 어떤 후보와는 달리 항상 강력한 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며 자신이 의회 내에서 베트남 참전의원들 모임을 만들었던 사실도 강조했다.

고어 후보는 "부시가 강력한 군대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앞으로 10년간 세금 1조3천억달러를 삭감하겠다는 마당에 무슨 돈으로 군인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군비에 투자하겠느냐" 며 말뿐인 공약으로 몰아세웠다.

부시와 고어가 이처럼 예비군들에게 정성을 쏟는 것은 이들의 영향력이 미국 사회에서 막강하기 때문이다.이들은 국가의 부름에 따라 참전했다는 사실을 명예와 긍지로 여기고 끈끈한 유대의식을 공유한다.

게다가 미국민들도 비록 전쟁에 반대할 망정 자기네 군대가 약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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