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명문고교 '문패 바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방의 명문 상업계 고교가 줄지어 사라지고 있다. 일제시대 이래 숱한 경제계 인맥을 배출, 지역 명문으로 자리잡았던 상고들이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대학진학률 상승.컴퓨터 대중화 등 시대변화에 따라 살아남기 위해 인문계 고교로 체제를 바꿔나가고 있다.

이들 학교는 야구 등 구기 명문고라는 공통된 특징도 갖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18일 "대전상업정보고등학교(옛 대전상고)가 내년부터 인문계 고교로 전환하는 것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 긍정적으로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인문계 전환이 이뤄질 경우 '우송고교' 로 교명을 바꾸고 신입생 모집규모도 남자 8학급에서 10학급으로 늘린다는게 학교측 방침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대학진학 선호 풍토 등으로 인해 실업계 고교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총동창회측과 사전협의를 거쳐 인문계 전환을 추진케 됐다" 고 설명했다. 학교법인 우송학원 산하의 이 학교는 지난 1954년 개교된 뒤 지금까지 졸업생 2만9천여명을 배출한 중부권의 대표적인 실업계고교다.

이에 앞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모교인 목포상고(공립.1920년 개교)는 지난 6월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인문계 전환 승인을 받아 전남제일고로 교명을 바꾸고 내년부터 인문계 신입생만 모집한다.

광주상고는 광주동성고로, 마산상고는 용마고로, 대구 경상여상은 대구제일고로 각각 전환됐다. 대구상고도 최근 대구시교육청에 인문계 전환을 신청했다.

그러나 부산상고와 경남상고는 지난달 중순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인문계 전환 '불가' 라는 통보를 받았다.

부산시교육청관계자는 "부산의 대표적인 실업계 학교를 인문계로 전환해주면 나머지 50여개 실업계 학교들이 덩달아 인문계 전환을 신청해 올 게 불 보듯 뻔하다" 며 "이렇게 되면 지역의 전체적인 인력수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 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