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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상봉] 남측 방문단 평양 나들이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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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을 방문 중인 남측 방문단은 16일 오후 3시 유람선에 탑승, 1시간40분 동안 평양을 동서로 가르며 서해로 흘러드는 대동강 주변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둘러보며 옛 이야기 꽃을 피웠다.

대동문.연광정 등 유적지와 평양성의 이끼 오른 성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란봉을 본 평양 출신의 강성덕(72.여)씨는 "겨울에 스케이트를 타고 학교 다니던 때의 강 모습이 떠오른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선근(74)씨는 무성하게 자란 능수버들을 보며 "옛 모습이 그대로 생각나고 환경정리는 잘된 것 같다" 고 말했다

이들은 또 북한이 건립한 김일성광장.주체사상탑.역사박물관 등과 강 한가운데 있는 능라도.양각도 등을 둘러봤다.

1968년 1월 북한에 의해 나포된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 호가 쑥섬 근처에 정박된 광경도 목격했다.

북한측은 평소 평양~남포간 하루 한차례씩 운항했으나 이날은 이산가족 방문단을 위해 평양~만경대 구간만 특별 운항했다.

○…방문단은 이어 평양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38㎞ 떨어진 평남 강동군 대박산 기슭의 단군릉을 관람. 북한은 93년 10월 단군과 그 부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굴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해 10월 1천9백94개의 화강암을 9개의 단으로 쌓아 올려 능을 건립했다.

박영일(77)씨는 능을 수호하는 호랑이상의 무게가 50t이나 된다는 설명을 듣곤 "이렇게 크게 만들었다니" 하며 놀라움을 표시. 북한측은 방문단의 요청으로 능 내부 유리관에 보관된 단군 유해를 공개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사 장충식(張忠植)총재 등 남측 지원단 일행은 이산가족들의 개별상봉이 진행되던 이날 오전 만수대창작사와 평양 지하철도를 참관.

張총재 일행은 평양시 평천거리에 위치한 만수대창작사에 도착, 조선화(동양화).유화.도자기 공예 등 미술품이 전시된 고려미술전시관을 둘러봤다.

특히 전시관 2층에는 이번 이산가족 북측 방문단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 중인 화가 정창모씨의 사진과 약력이 실린 액자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안내원은 정씨를 "단붓질(한번 붓질)로 풍부한 형상을 나타내는 '몰골기법' 의 선구자" 라고 소개.

이들은 또 부흥역~영광역 지하철 1개 구간을 시승했는데 張총재는 "아름답고 시설이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고 평가.

지하철역 주변에서 마주친 평양시민들은 "반갑습니다" 라며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고 몇몇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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