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잠수함 구조 또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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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노르웨이와 러시아 북쪽 바렌츠해에 가라앉은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구조 작업이 두차례나 실적 없이 끝난 데 이어 16일 시도한 3차 구조작전도 실패했다.

러시아 해군은 이날 심해 잠수정을 쿠르스크호 벽면에 붙이려고 시도했으나 바닷속 조류가 워낙 거세고 바다밑 시계가 2m에 불과한 데다 쿠르스크호가 심하게 기울어져 있어 결합을 이루지 못했다.

AFP통신은 영국의 심해 구조용 잠수정을 실은 러시아 항공기가 이날 오전(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위치를 출발해 침몰현장과 가까운 노르웨이 북부 트론하임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전날 러시아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구조용 잠수정을 급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외국의 구조지원 제의를 거부해 왔으나 사태가 급박해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내 산소는 18일이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악천후는 며칠간 계속될 전망이다.

잠수정이 쿠르스크호와 결합하더라도 한번에 20명씩 6~7시간 걸리는 구조시간을 고려할 때 1백16명으로 알려진 승선자를 모두 구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 해군 대변인은 "생존자들이 잠수함의 벽면을 두드리는 방법으로 긴급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으나 점점 신호가 약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러시아측의 추정처럼 외국 잠수함과의 충돌 때문이 아니라 뱃머리 부분의 폭발사고라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어 러시아의 체면이 많이 구겨졌다.

소련 붕괴 후 급격한 예산삭감으로 최악의 재정난을 겪어온 러시아 해군은 함정들의 훈련을 줄였으며 많은 함정을 퇴역시켜 위상이 많이 약화됐다.

소련시대 위용을 자랑하던 핵탑재 잠수함도 1990년의 62척이던 것이 현재 18척으로 줄었다. 장병들의 훈련부족도 심각해 이번 잠수함 사고도 이런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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