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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용궁 63빌딩·코엑스 수족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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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서울시내 각급 학교 개학이 벌써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일과 시간에 쫓기느라 자녀들과의 방학철 ‘가족행사’를 아직 치르지 못했다면 수족관을 떠올려 보자.본격적인 휴가여행을 떠나기엔 이미 늦은 듯하고 경비도 만만찮다.

당일치기 나들이로 영화관·놀이공원·수영장 등을 손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모자라는 듯 싶다.

특히 63수족관(02-789-5663)에 이어 올초 코엑스 아쿠아리움(02-6002-6200)이 문을 열면서 서울에도 본격적인 수족관시대가 개막됐다.

■ 빌딩숲속 용궁 엿보기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구의 주인이 개미라고 했다. 그러나 지구의 4분의 3(71%)이 강과 바다이고 보면 진짜 주인은 물고기다.

한동안 수조를 응시하고 있노라면 바다속에 관한 인간의 오래 된 상상력이 별로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수족관이 바로 용궁이다. 산호와 바닷풀, 온갖 화려한 수중생물들은 지상의 보물보다 영롱하다.

'난폭자' 로만 알았던 상어들도 대부분 시간을 용왕처럼 의젓하게 지낸다. 용궁에 관한 갖가지 상상은 지난날엔 미지의 심해에서 시작됐지만 요즘엔 가까운 수족관에서부터 출발하는 듯하다. 수족관은 바다에 관한 상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수족관이 좋은 네 가지 이유

첫째, 시원하다. 에어컨 바람이 '빵빵' 할 뿐더러 투명한 수조를 통해 전달되는 서늘한 기운은 도심의 불볕 더위를 잊게 해준다.

둘째, 시나브로 거닐면서 오대양 깊은 바다를 가깝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공자도 "조수초목(鳥獸草木)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이 '시경' (詩經)을 읽어 좋은 점" 이라 했다.

그런데 맘 먹고 공부하지 않아도 수중세계와 친하게 되니 공자라 할지라도 요즘 같으면 수족관행을 권할 것 같다.

셋째,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 한다. 육지의 절경인 금강산이나 미국 그랜드 캐년을 봐도 덤덤한 것이 아이들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선 장대한 경치보다 아기자기한 움직임과 색깔이 더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고 보면, 어느 쪽이 경제적인가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넷째, 도심에 위치해 나들이 하기가 편하다. 요즘 말이 필요 없는 장점이다.

■ 63수족관.코엑스 아쿠아리움

서울은 다행히 두 곳의 근사한 수족관을 갖고 있다. 지난 85년 개관한 63수족관에 더해 넉달 전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문을 열었다. 규모는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크고 내용에선 전통의 63수족관이 앞섰다는 평가다.

호주 시드니나 싱가폴 등 국제적인 항구도시는 바다와 직접 통하는 해저 수족관을 지어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두 곳 모두 빌딩에 대형 수조를 들여 지은 실내 수족관이다.

■ 스트레스 받는 상어

코엑스 아쿠아리움의 수조관리 담당인 오태엽(31)씨. 잠수경력 12년에 미생물학.어류생태학 석사인 그는 '상어 아범' 이다.

하루 두차례 이상 직접 수조에 잠수, 상어를 돌보면서 상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졌다.

한번은 새끼 상어가 대형 물고기인 '그루퍼' 의 입속에 들어가 꼬리만 밖에 나온 채 다 죽게 된 것을 억지로 그루퍼 입을 벌리고 꺼내 이틀밤을 새우며 살려낸 적도 있다.

오씨는 "상어는 예민하기 때문에 관람객이 많은 주말엔 눈에 띄게 지치고 살이 빠진다, 수조를 두드리거나 사진기 플래쉬로 상어를 자극하지 말아달라" 고 당부한다.

상어가 '깡패' 누명을 쓴 것은 영화 '조스'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사나운 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어는 이유없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수족관 산책을 하며 이같은 오해를 벗겨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쪽지>

▶물이 다르다〓63수족관은 강원도 주문진 기사문리에서 공수해온 자연해수,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홍해산 수입 소금을 민물에 녹인 인공해수를 사용한다.

▶값싸게 이용하려면〓63수족관은 63카드(연회비 무료)를 사용하면 10%할인. 코엑스 아쿠아리움 역시 다이너스 카드 결재시 15% 할인되는 등 '9가지 할인' 방법이 있다.

▶관람시간〓63수족관에서는 하루 3~5차례씩 무료로 벌어지는 바다표범쇼.해달쇼 등 공연시간을 맞추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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