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하단체·기업들 상대 ‘갑’ 행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회엔 299명의 최고경영자(CEO)가 있다고들 말한다.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국민에게 드러나는 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지만 이들의 A부터 Z까지 챙기는 건 보좌진들이다. 정책이나 정무적 판단은 물론 지역구 관리나 민원 접수와 처리, 홍보를 담당한다. 법안 작성이나 토론·인터뷰를 위한 자료 수집과 분석 등도 한다. 한마디로 국회의원의 수족이자 두뇌다. 상대적으로 과거엔 지역구 관리나 민원 처리에 치중했다면 요즘엔 정책적 기능이 중시된다.

국회의원들에게 힘이 실리는 만큼 대리인격인 보좌진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거나 예산이 쓰이는 분야에선 그렇다. 그래서 여의도에서 보좌진들이 정부나 산하단체·기업들보다 우월한 지위란 뜻에서 ‘갑(甲)’이라고들 한다.

이렇다 보니 ‘을’(乙)들의 집중적인 호소 대상이 되곤 한다. 로비 대상 말이다. A보좌관은 “식당에 몇 십만원 긁어놓을 테니까 방 식구들이랑 와서 드시라는 기관은 한두 군데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전했다. B보좌관은 “일부 정유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제 제기를 했더니 정유사는 물론 석유협회에서도 학연·지연 다 동원해서 로비하더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둘렀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권한을 잘못 행사, 잘못된 인생 유전을 겪는 경우”(한나라당 서인석 보좌관의 『국회 보좌진 업무 매뉴얼』)도 있다.

C보좌관은 “17대 때 모 의원실 보좌관이 상품권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뿌렸다는 소문이 났다”고 기억했다. D보좌관은 “과거엔 의원이 질의할 거란 것과 술을 맞바꾼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보좌관은 선을 넘어 사법적 처리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