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대사면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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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은 14일 발표한 8.15 대사면의 배경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으로 마련된 민족 화해의 분위기를 살려나가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남과 북도 대화에 나서 통일의 기초를 닦고 있는 마당에 공안사범과 지난 정부에서 단죄받은 비리 연루자들에게 은전을 베풀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우선 새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에 대한 사면 조치가 이번에도 계속됐다.

남파간첩 '깐수' 로 알려졌던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석방되고 무기수로 30년 이상 복역했다가 특사로 석방됐던 우용각씨 등 비전향 장기수 19명이 잔형집행면제에 포함됐다.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이번 8.15 통일대축전을 허용하는 문제가 논의됐던 것을 반영한 듯 2년 전 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한총련 대표로 밀입북했다가 수감 중인 황선씨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5, 6공 인사들에 대한 마지막 사면.복권도 이뤄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에 연루됐던 이원조 전 의원과, 12.12사건의 박희도.장기오씨가 포함된 것이다.

현 정부 출범을 전후해 노태우.전두환씨 등 신군부 인사들이 사면.복권된 데 이어 이번 조치로 이들에 대한 처벌과 사면이 일단락된 셈이다.

반면 사면 대상자로 거론됐던 정태수 한보그룹 전 총회장과 이준 삼풍그룹 전 회장은 한보사태가 IMF 원인 중 하나였고, 삼풍백화점 붕괴는 중대 인명사고였다는 점에서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16대 총선 선거사범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15대 선거사범 정치인 6명을 복권시킨 조치는 여야 정치권의 이해를 반영한 '끼워넣기' 였다는 비난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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