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반지하 주택 '물로 보지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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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법원 경매물건 중 연립·다가구·다세대 주택 등은 아파트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다.

싼값에 낙찰할 수 있지만 나중에 쉽게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싼값에 낙찰했다면 주변 시세보다 싸게 팔아도 수익이 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지하철 개통 등 교통사정이 좋아지는 곳이라면 값도 많이 올라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회사원 김승수(38.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씨는 이런 투자원칙에 따라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반지하 주택을 낙찰해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뜰하게 모은 4천여만원으로 법원 경매부동산을 구입할 생각으로 경매 정보지를 꼼꼼히 보다가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 성북구 J맨션 25평짜리 반지하 주택에 눈길이 갔다.

반지하인 탓에 네번 유찰해 최저 입찰가격이 최초 감정가격의 48%인 3천2백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경매정보지에 이 주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어 수요자들이 덤비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휴일을 이용, 현장을 방문해 주변여건 조사에 나섰다. 현장 사정은 달랐다.

이 주택은 공사 중인 서울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과 도보로 7분 거리였다. 1996년 완공된 집이라 비교적 깨끗했고 자체 주차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초등학교·대형 할인점 등도 인근에 있고 도시가스 난방이어서 신혼주부 등에게 세를 놓으면 안성맞춤이라고 판단, 응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초 열린 입찰에서 2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저가격보다 2백43만원 많은 3천4백43만원을 써내 낙찰했다.

후순위 세입자 명도비·수리비 등에 1천여만원을 추가 부담해 이 물건 실제 낙찰금액은 4천5백만원이었다.

지난 2월 이 주택을 6천만원에 세를 놓아 인수금액을 제하고 1천5백여만원이 남았다.

특히 지난 7일 6호선 돌곶이역 구간이 개통돼 이 일대 전세·매매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 그는 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경매정보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장을 방문해 물건의 상태와 주변 여건을 꼼꼼하게 점검했고▶지하철이 개통되면 주변 부동산이 뛴다는, 어찌 보면 부동산투자의 '상식' 을 간파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경매전문컨설팅 LG컨설팅 박용호 실장은 "경매 참가의 기본은 현장방문과 주변 시세분석" 이라며 "경매정보지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발로 뛰다 보면 '버려진 알짜 물건' 을 잡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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