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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아트 북한 '조선력대미술가편람' 특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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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 북한미술에 대한 자료갈증은 점점 커가고 있다.

사람과 작품, 정보의 교류가 확대돼야 분단을 넘어선 통일 미술사를 준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상황 아래에서 북한미술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평양 문학예술 종합출판사가 1999년에 펴낸 '조선력대미술가편람' 이다.

94년도에 출간한 초판에 4백명분의 자료를 더한 이 증보판은 지금껏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공식배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미술월간지 '아트' 8월호는 이 편람을 분석하고 화보를 담은 특집 '마침내 밝혀지는 북녘화가들의 실체' 를 실어 눈길을 끈다. 책자는 일본을 통해 손에 넣었다고 잡지사측은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화가.조각가.공예가 등 9백87명의 미술가들을 약력, 주요작품 등을 출생순서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이른바 '인명으로서의 미술사' 다. 인물사진과 함께 조선미술박물과 소장품 중심의 참고도판을 게재한 8백23쪽 분량이다.

특히 초판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북한 출신 근대작가와 월북미술가를 대거 포함시키고, 해방후 북한에서 전문미술교육을 받은 신세대 작가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북한미술인에 대한 개별정보와 함께 북한미술의 인적구조라는 큰 그림이 드러난다.

우선 김관호를 시작으로 북한지역 미술을 이끌었던 작가들의 윤곽이 밝혀진다. 문석오.선우담.문학수.최연해.림홍은.오택경.박영익.황헌영 등 근대화단에서 중진으로 활동한 작가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뒤를 잇는 세대는 일제말기 조선미전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가와 동경유학생들이다. 정관철.김건중.김하건.한상익.정보영.곽흥모.김민구.김석룡 등의 작가들은 이 책에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다.

전쟁 후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현재까지 활동 중인 작가 3백여명도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국가미술전람회 등에서 수상하고 조선미술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작가들이다. 정영만.최계근.김의관.리창 등 북한의 각종 도록에서 자주 대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판화가 함창연, 수채화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박진수, 평양미술대학 교원으로 최근 개인미술 전람회를 가졌던 강훈영 등이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연구가가 파악하고 있던 월북화가는 70여명이었으나 증보판에 의하면 30여명이 추가돼 모두 1백여명에 이른다.

특히 증보판에 처음 등장한 미술가는 강정임.리건영.리쾌대.리팔찬.리해성.림홍은.문석오.손영기.윤자선.정온녀.정창모.최재덕.황영준.황태년.황헌영.한상익 등이다.

가장 주목을 끄는 화가는 한국근대미술사에서 손꼽히는 리얼리즘의 거장 리쾌대. 그는 월북 이후에도 원숙한 기량으로 '박연 초상' '농악' '우의탑 벽화' '3.1봉기'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 등의 역동적 인물 군상을 그려냈다.

북한의 각종 출판물에서 리쾌대의 이름은 62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졌었다. 남한에서는 87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미 65년에 사망한 것으로 이번에 밝혀졌다.

증보판은 특히 월북미술가들의 월북 배경이나 북한에서의 활동상을 지금까지 나온 어떤 자료보다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어 자료적 가치가 크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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