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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세 북 모친 사망에 71세 아들 실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오마니가... 오마니가... "

1백9세 어머니가 고향에 살아 있다는 북한측 통보를 받고 10대 소년처럼 상봉 기대에 들떠 있던 장이윤(張二允.71.부산시 중구 영주동)씨. 張씨는 9일 어머니 구인현(具仁賢)씨의 생존은 북한측 확인 착오였다는 소식에 그 자리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청천벽력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張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날 낮 12시30분쯤. 닷새 후면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를 만날 것이라는 흥분 속에 어머니에게 드릴 한복.쌍가락지.귀걸이 등을 준비하고 북한에 있는 조카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시내 백화점에 가기 위해 막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때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직원이 찾아왔다. 방북 준비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를 알려주러 왔겠지 하며 반갑게 악수하는 순간 張씨의 '열흘 꿈' , 아니 평생 꿈을 깨는 말이 적십자사 직원에게서 흘러나왔다.

"놀라지 마십시오. 모친께서 이미 돌아가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 그 순간 張씨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가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이같은 사태를 예상하고 적십자사 직원이 데려온 119구급대원들과 둘째 아들 장준용(張俊龍.36).부인 박순이(朴順伊.62)씨에 의해 張씨는 성분도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張씨는 응급실 침대에 눕는 순간까지도 '오마니, 오마니' 를 쉴새없이 되풀이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께서 할머니가 기절하실지도 모른다며 우황청심환까지 준비했는데 아버지가 이렇게 되시다니…. " 아들 준용씨 역시 넋이 나간 채 아버지 손을 놓지 못했다.

병원측은 張씨가 정신적인 충격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성윤(李成倫) 담당의사는 "육체적으로는 이상이 없지만 신경안정제를 복용시키고 안정을 취하게 했다" 고 말했다.

응급처치를 받으면서도 가끔 눈을 뜰 때마다 張씨는 혼이 나간 듯 천장만 응시하며 "꿈이 날아가버렸다" 며 눈물을 흘렸다.

張씨는 병원에 실려간 지 2시간여 지난 후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한바탕 꿈에서 깨어난 듯 아들과 부인을 불러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나 북녘에 갈거야. 조카들을 만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짜라도 알아 봐야겠어. 그래야 제사라도 제대로 지내지…. "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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