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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외무당국자 정상회담후 수차례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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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 장관은 9일 “남북 외무당국이 지난 6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수 차례에 걸쳐 비밀 접촉을 벌였으며,이 과정에서 사상 첫 남북 외무장관회담에 관한 준비작업도 추진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 방콕에서 있었던 남북 외무장관회담을 평가한다면.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입각해 국제무대에서 상호 협조키로 합의하는 성과를 이뤄냈다.특히 다음달 6∼8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남북정상 회담을 지지하는 특별성명이 만들어지도록 공동 발의키로 합의하는 등 남북 신뢰구축 과정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

-당시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에게 따로 제안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나.

“오는 10말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국가적 범죄 전문가 회의’ 및 ‘신뢰구축 회기간(會期間) 회의’에 군 관계자를 포함한 대표단을 파견해 달라고 북측에 권유했다.또 아세아경제협력체(APEC)·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협력사업에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白 외무상과의 첫 대면치고는 꾀 깊숙한 얘기들을 나눴는데.

“공식 대좌는 처음이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수차례 비공개 물밑접촉을 가졌으며 그때 이미 여러가지 문제를 논의했었다.”

-비밀접촉의 경로·방법 등을 공개할 수 없나.

“그건 곤란하다.과거에도 남북간 비밀접촉 사례가 많이 있었지 않나.”

-다음달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남(金永南)상임위원장간의 양자 회담이 열리나.

“(당연하다는듯)평양에서도 만났는데···.아마 자연스럽게 만날 가능성이 높다.또 남북 외무장관회담도 갖기로 백남순 외무상과 합의했다.”

-지난 3∼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협상에 대한 평가는.

“큰 방향을 잡고 기둥을 세웠다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본다.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아직도 입장차가 크다.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 봐 주시기를 바란다.”

-미측은 미군피의자 신병인도 시기를 앞당겨 주는 조건으로 한국에 대해 3년이하 범죄의 경우 재판관할권을 포기해 줄 것을 끈질기게 요청해 왔는데.

“그렇다.미측은 한국이 일본·독일 등에 비해 재판관할권을 너무 광범위하게 행사한다며 대폭 축소 또는 포기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그래서 이번 협상 때 우리가 이를 강력히 거부했다.그러자 미측은 앞으로 이 조건에 대해 ‘탄력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탄력적인 논의’란 무슨 의미인가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것 아니냐.너무 세부적인 언급은 곤란하다.아무튼 미측이 그동안 요구했던 그 ‘까다로운 조건’에 대해 앞으로 우리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얘기까지만 하겠다.”

-평양에서 9∼10일 북·미 테러회담이 열리고 있다.전망은?

“평양에서 열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다.테러지원국 해제문제는 간단치 않다.미측이 해제조건에 대해 명확히 설명을 할텐데 이번에 북측과 의견접근이 이뤄지면 가까운 시일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訪韓)은 언제쯤으로 보나.

“한·러 외무장관회담 때 10∼12월중 푸틴 대통령이 방한키로 합의했고 또 그렇게 실현될 것이다.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을 보내오지는 않고 있지만 조만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미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과연 그런가.

“일부 그런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기우(杞憂)다.남북관계 개선은 한·미 공조 사안중의 하나이고 미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남북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수없이 강조해 왔다.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국과 미국의 공조는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일간 관계증진으로 볼 때 일본 천황의 방한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데.언제쯤 성사될 수 있는가.

“한 마디로 일본측 사정에 달려 있다고 본다.공은 일본에 넘어가 있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에 대한 정부 입장은 뭔가.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를 법적·사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종교 지도자다.중국이 그의 방한에 지금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국내 1천만 불교계의 의사를 묵살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국민들의 민원을 해소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겠느냐.”

-한·대만 복항(復航) 가능성은.

“한국과 대만의 교역량이 연간 1백억불 가까이 되고 연간 방문객도 30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직항 노선이 없어 불편이 크다.대만측과 접촉해 이견해소에 노력하고 있다.당장은 아니지만 해결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홍순영(洪淳瑛) 전 장관이 북한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협상할용의가 있다고 밝혔는데 지금 정부의 입장은.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중의 하나다.휴전 이후 NLL은 실질적으로 남·북 해상 분계선 역할을 해 왔고 북한도 남북기본합의서 등에서 이를 확인했다.앞으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만난 사람=김준범 통일외교팀장

정리=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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