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EBS 영어프로그램 진행 리드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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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8일 오전 서울 우면동 EBS 녹음실.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에 삽입하는 애니메이션 더빙을 위해 마이크를 마주한 세 명의 외국인중 특히 과장된 몸짓과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스텝들을 웃기는 사람이 있다.

지난 3월부터 EBS TV '어린이 영어 이렇게 하세요' 에서 '영어수업코너' 를 맡고 있는 영국인 매튜 리드먼(26).

대학에서 교육드라마를 전공한 리드먼은 역할놀이.노래.이야기 기법 등을 통해 초등학생들이 영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고 있어 인기가 높다.

"영어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의문을 갖고 질문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영어에 흥미를 갖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영어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이죠. "

영국 중부 노팅험 출신인 그가 한국땅을 밟은 것은 대학을 졸업하던 1996년. 전북 전주에서 영어강사를 하던 누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두 달 동안 전국 곳곳을 누비고 영국으로 돌아간 그에게 한국인의 정은 잊지못할 유혹이었다. 결국 이듬해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전주 후안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EBS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것이 계기가 돼 지난해 아예 정식직원이 됐다.

"외국인이 생활하는 데 별 제약이 없는 서울 생활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소박한 인심이 넘쳐나던 전주에서의 생활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는 그는 4년간 느낀 한국에 대해 "매우 긍정적" 이라는 한마디로 답했다.

"영국인은 과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살지만 현재의 모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면이 강합니다. 반면 한국인은 사회의 치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려 하는 등 현실에 강한 애착을 갖고 사는 것 같아요. "

어린이 프로그램 외에도 각종 영어 관련 프로그램에 패널리스트로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그는 "10월부터는 어린이 대상 영어쇼 프로그램의 진행도 맡게 돼 부담이 크지만 열심히 해볼 작정" 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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