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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기 온라인 게임 ‘대항해시대’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 아닌 한국해 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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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항해시대’의 오프닝 화면. 동해가 ‘MER DE COREE’(한국해)로 표기돼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일본 인기 온라인 게임에 ‘한국해’로 표기된 지도가 등장했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대항해시대-엘 오리엔테’의 오프닝 화면으로 나오는 옛 지도에 프랑스어로 한국해를 의미하는 ‘MER DE COREE’(사진)라는 지명이 표기돼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 게임은 벌써 3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항해시대는 15세기 초~17세기 초 유럽의 선박들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항로를 개척하고 탐험과 무역을 하던 시기다. 당시를 시대배경으로 하는 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면 전 세계를 오가며 상업과 무역을 하는 롤플레잉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 중 선박들이 옛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브루나이·마닐라·괌 등을 경유해 일본에 도착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나온다. 여기에서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 해역 부분에 ‘MER DE COREE’라는 표기를 볼 수 있다. 인터넷 뉴스매체인 일본의 J캐스트뉴스는 “이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제작된 세계지도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와 모든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자국에서 만들어진 인기 게임에 ‘한국해’로 표기된 지도가 등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네티즌은 즉각 항의하고 나섰다. 특히 게임 제작사인 고에이가 일본 기업이면서도 자기 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에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일본인 게이머들의 심정을 무시한 처사” “어느 나라 기업이냐. 이용자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내용은 즉각 수정해야 한다”는 항의가 쇄도하고 있다.

고에이 측은 “모든 이용자를 배려한 조치”라며 “오프닝 동영상 부분은 현존하는 고지도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지금으로선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지도의 출전이나 채택 경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요코하마(橫濱)에 본사를 둔 고에이는 1978년 설립된 대형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노부나가의 야망’ ‘삼국지’ 등 인기 시리즈를 출시했다.

인터넷 게임에서 한·일 지명표기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1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게임머신 ‘Xbox360’을 이용한 서비스 등록화면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의 독도 표현)’라고 입력하면 에러 메시지가 나오는 일이 있었다. 대신 ‘독도’를 입력하면 정상적으로 등록됐다. 일본인 이용자들이 이에 반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이듬해 3월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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