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변화 양면성 주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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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에 대한 강경대처를 천명한 미 공화당 정강정책에 대해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도발적 행위' 라고 비난하고 대(對)북한관을 바꾸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공화당은 의회를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지 W 부시 대통령후보가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10% 이상 앞서고 있다.

'부시 후보의 안보분야 핵심 자문역인 폴 월포위츠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은 부시가 집권할 경우 국방장관이나 중앙정보국(CIA)국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1991년 걸프전 당시 국방차관이었으며 국방장관이던 딕 체니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됐다.

존스홉킨스대 정치학박사 출신인 김정원(金正源) 세종대 국제교류원 원장(전 안기부 2차장.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최근 월포위츠 원장을 만나 부시 후보의 안보관 등을 물어봤다.

대담=김정원<세종대 국제교류원장>

-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미사일 개발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것이며, 다른 나라가 위성발사체를 제공하면 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푸틴 대통령이 밝혔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태를 정확히 봐야 한다. 만약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우리가 북한 미사일 개발이 우주계획을 위한 것일 뿐 미사일 기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면 참으로 우스꽝스런 소극(farce)이 될 것이다. 북한이 인공위성에 관심이 있을뿐 그것을 쏘는 기술엔 관심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의 주된 목적은 미사일 기술을 얻으려는 것이다. "

-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은 화해 지향적 면모를 보였다. 이런 변화가 부시 후보나 공화당의 대북관에 영향을 주지는 않나.

"정상회담은 좋은 일이었다. 우선 金위원장에 대한 외부의 묘사가 달라질 것이다. 그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품위있게 손님을 맞을 줄도 알고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표면적인 것에 혼돈을 느끼거나 너무 과잉적으로 행동해선 안된다. (과거처럼)金위원장 품성에 대해 극단적 표현을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 金위원장의 전제정치(tyranny)에 대해 극단적 표현을 하는 것까지 잘못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 부시 후보는 클린턴 행정부보다 훨씬 광범위한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을 주창하고 있다. 대서방 외교접촉 등 북한의 태도변화가 그 계획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인가.

"NMD에 대한 부시 후보의 생각은 북한문제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우발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미국이 막을 수 없는 상황 같은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91년 걸프전 당시 나는 이스라엘에 있었다. 그때 이라크의 미사일이 이스라엘을 강타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으리라 예측한 이는 별로 없었다. 하물며 앞으로 5년이나 10년 후 어떤 나라가 미국을 강타할 능력을 가질 수 있다거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

-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러시아가 한반도문제에 적극 관여할 의지를 나타냈다.

남북한과 미국.중국 외에 러시아 및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역할을 어떻게 보나.

"독일 통일의 모델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동.서독을 둘러싸고 미국.소련.프랑스 등의 국익이 매우 달랐고 어떤 면에서는 한반도 문제보다 더 갈등적이었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공통 결과를 잘 산출하지 않았는가. 한국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5개국은 모두 한반도 평화에 공통의 국익을 갖고 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북한에 한반도 평화를 설득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리=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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